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이 1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조선사와 철강사들은 법률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경영진 내 책임 분산 구조를 만드는 한편 안전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사고예방을 위한 설비구축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 달 남짓 앞둬, 조선 철강업계 대책 마련 분주

한영석 현대중공업 각자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22일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과 철강업은 위험작업이 많은 산업의 특성상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4명, 삼성중공업과 포스코, 현대제철 사업장에서 각각 1명의 근로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2022년 1월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핵심 내용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는 점이다.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맏형격인 현대중공업과 포스코는 최고경영자의 사법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이상균 현대중공업 사장을 대표이사에 올려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과 각자대표체제를 갖췄다. 이 사장은 현대중공업 안전경영실장도 겸하고 있다.

포스코는 10일 지주사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 이 안건이 내년 1월28일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칭)와 물적분할을 통한 철강 생산 및 판매사업회사 포스코(가칭) 체제를 갖추게 된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최 회장이 지주 회장을 맡게 되면 안전과 관련한 직접적 책임을 지는 데서는 벗어나게 된다.

한 부회장과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은 모두 현대중공업과 포스코의 새 성장동력 마련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새 사업 추진에 힘을 더하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른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경영진 내 책임분산 구조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은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도록 각자대표이사나 공동대표이사 체제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과 최 회장은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그동안 일어난 잦은 중대재해를 두고 강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더구나 한 부회장은 과거 현대중공업 각 사업부에 안전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은 사항이 발견된 점을 이유로 검찰로부터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실효성 있는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안전 관련 전담 조직을 꾸리는 곳도 있다.

포스코는 ESG위원회와 함께 3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안전환경본부’를, 현대제철도 8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안전보건총괄’ 부서를 뒀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스마트 조선소로 전환이 탄력을 받고 있다. 스마트 조선소는 여러 정보통신기술(ICT) 접목한 건조시설로 생산 과정의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근로자들이 산업재해에 노출되는 빈도 자체를 줄이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 가운데 가장 많은 3200억 원을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4월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디지털 생산센터’를 열고 스마트 조선소와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디지털 전환 전략인 ‘스마트 SHI’를 수립한 뒤 11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가속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제철소 설비투자 과정에서 협력사로부터 안전 관련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현장 안전관리 인력을 대폭 확대할 방침을 세웠다.

현대제철도 안전 관련 예산을 1600억 원까지 늘려 기계 및 설비의 위험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790명이다. 최근 5년 동안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2016년 969명, 2017년 964명, 2018년 971명, 2019년 855명, 2020년 882명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정부는 지속적 사망사고 감축을 위해 보완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