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연말 임원인사에서 ‘
박성호 색채’를 담은 물갈이 인사를 실시할까?
박 행장이 ‘세대교체’와 ‘디지털’에 방점을 찍고 큰 폭의 임원인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내년 하나금융그룹의 지배구조 등 경영상황이 대대적으로 바뀌는 만큼 연말 임원인사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행장이 올해 초 취임한 뒤 그동안 조직안정과 체제정비에 초점을 뒀던 만큼 이번 하나은행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
박성호 체제’를 꾸려갈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은 7월 리테일그룹 아래 있던 자산관리사업단을 연금·신탁 그룹과 통합하는 등 일부 조직을 개편했으나 임원진의 변화는 거의 없었던 만큼 이번 정규 임원인사가 사실상 박 행장의 첫 임원인사인 셈이다.
특히 하나은행에서 김소정 부행장과 이동원 상무를 제외한 임원 12명의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나는 만큼 박 행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인사폭을 크게 확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올해 안에 임기를 마치는 부행장들을 살펴보면 김기석 자산관리그룹 부행장과 남궁원 자금시장그룹 부행장, 박승오 여신그룹 부행장, 박지환 CIB그룹 부행장, 윤순기 충청영업그룹 겸 대전영업본부 부행장, 이승열 경영기획&지원그룹 부행장, 이종승 글로벌그룹 겸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 이호성 중앙영업그룹 겸 강남서초영업본부 겸 중앙영업본부 부행장, 정민식 호남영업그룹 겸 광주전남영업본부 부행장, 황효상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등 10명이다.
노유정 손님행복그룹 상무와 이주환 정보보호본부 상무 등 상무 2명도 올해 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5월부터 임원 직급체계에서 전무를 없애고 부행장과 상무만 두고 있다.
금융권에서 디지털 전환, MZ세대 공략 등 새로운 핵심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박 행장도 임원인사에 이런 기조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행장은 특히 ‘손님 생활 속 디지털은행’을 목표로 MZ세대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넷마블과 손잡고 금융과 게임의 결합을 시도하거나 하나은행 모바일앱 ‘하나원큐’에서 디지털펀드 플랫폼 ‘펀샵(Fun#)’서비스를 출시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호성·황효상·박승오·박지환·이승열 부행장이 4년 넘게 하나은행에서 부행장으로 일해온 만큼 이번 인사에서 거취가 주목된다.
더욱이 황효상·박지환 부행장은 1964년생인 박 행장보다 나이도 많다. 황효상 부행장은 1960년생, 박지환 부행장은 1961년생이다.
박 행장이 디지털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임원급으로 새로 영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은 순혈주의가 매우 강해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일이 흔치 않은데 디지털부문은 자체적으로 인재를 충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행장은 올해 5월 김소정 전 딜리버리히어로 본부장을 부행장으로 선임했는데 디지털부문 강화를 위해 추가로 외부인재를 영입할 수도 있다.
여성 임원이 또 나올지도 관심사다.
하나금융그룹 차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새로운 여성 임원을 또 발탁할 수도 있다. 현재 하나은행 미등기임원 14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둘 뿐이다.
다만 내년 3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카드, 캐피털, 생명보험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임기도 끝나는 만큼 조직안정을 고려해 임원인사폭을 좁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은행 부행장들 가운데 일부를 계열사 대표이사로 발탁하는 일이 적지 않은 만큼 부행장을 유임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은행은 보통 12월 말 부행장들의 임기가 만료되기 일주일 전쯤 임원인사를 실시해 왔다.
하나은행 내부 관계자는 “부행장이 여러 명이다 보니 보통 본부나 그룹별로 인사 얘기가 도는데 아직까지 별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