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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KT의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 안건 결정을 보류해 대기업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지난 3월 홈페이지가 해킹돼 981만여 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이름이나 주민번호, 신용카드번호, 카드유효기간, 은행계좌번호 등도 포함됐다.
이 사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사무국과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은 “KT가 정보통신망법 28조 제1항의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등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행정처분을 건의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KT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KT 법률대리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는 “모든 해킹을 100% 예방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합리적 조치를 취했지만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위법 여부를 놓고 2시간가량 공방을 벌였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결정을 내리지 않고 “(방통위가 행정)처분을 하면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민사소송에서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결정을 미뤘다.
허원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도 "법원 판결과 연결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KT 반론 내용을 좀 더 깊이 파악해 논의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으면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따라 최 위원장은 추가자료 검토와 논의를 거쳐 7월초 행정처분과 그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KT의 기술적 조치가 미비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1억 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과징금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향후 민사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KT의 정보유출에 대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최 위원장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방통위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재홍 위원은 “방통위가 검찰 법원과 독립적으로 판단하면 된다”며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먼저 나서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처분을 촉구했다.
외부 인물인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회의에 대해 “방통위가 지금처럼 위법을 알고도 처벌하지 못하는 것은 바보”라며 “해킹이든 보조금이든 발생시점에서 최대한 빨리 정해진 규칙과 질서에 따라 처분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 위원장이 기업 편만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달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영업정지에 대해서도 결정을 보류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25년간 판사로 일한 그를 두고 당시 시민단체들은 “전문성 없는 인물을 방통위원장에 앉히려는 것은 결국 방통위를 정권의 입맛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성준 위원장이 4월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모습도 논란이 됐다. 여야 간 입장이 팽팽한 방송통신 현안에 대해서 소신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법조인의)양심을 가지고 답변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