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는 29일부터 선대위 차원의 첫 공식일정으로 세종시 대전광역시를 비롯해 충청지역을 2박3일 동안 방문한다.
윤 후보의 이번 행보를 놓고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에게 힘을 실으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불발에 따른 우려를 잠재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병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세종시를 기획했다. 지난 총선에는 세종시에 출마하기도 했으며 최근까지 국민의힘 세종시(을)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12월6일 선대위 공식 출범을 앞두고 선대위 가동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이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 영입 실패에 따른 중도층 확장 측면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29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지만 윤 후보가 공을 들였던 권경애 변호사와 김영률 회계사 영입은 무산됐다. 권 변호사와 김 회계사는 '조국흑서' 공동저자로 중도·탈문(탈문재인) 진보성향 인사로 꼽힌다.
권 변호사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무산을 놓고 "빈곤을 구제하고 약자와 동행하자고 주장한 것에 그치는 지극히 보수적이고 합리적 스탠스조차 수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이번 일을 현대판 기묘사화라 평가했다. 기묘사화는 중종을 왕으로 만든 훈구파에 의해 조광조 등 개혁을 추구한 신진사림파들이 숙청된 사건을 말한다. 권 변호사는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을 각각 중종과 조광조에 빗댄 것이다. 여기에 김 전 위원장이 언급했던 '문고리 3인방'으로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의원을 거론하며 훈구파에 비유했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금태섭 전 의원의 영입도 불투명해졌다. 금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처리와 조국사태 때 더불어민주당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낸 뒤 지난해 10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김 전 위원장을 정점으로 공동 선대위원장급 인선을 통해 중도 확장성을 보여주겠다는 윤 후보의 당초 구상이 사실상 틀어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진보와 보수 양쪽의 콘크리트 지지층 30%가량을 제외하고 많게는 20%에 이르는 중도·부동층을 얼마나 많이 끌어들이냐가 대선 결과를 가른다고 진단한다.
그런데 윤 후보의 선대위 인선에는 중도층을 끌어들일 중도 개혁성향을 지닌 신선한 인물을 찾기가 어렵다.
이에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정치 신인인 윤 후보 곁에 권성동 의원을 비롯해 문고리 3인방이 '인의 장막'을 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마저 나온다.
윤 후보의 어릴적 친구인 권성동 의원은 당의 사무총장이자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을 맡아 최고 실세다.
윤한홍 의원은 홍준표 의원이 경남지사로 있을 때 행정부시장을 지내는 등 최측근이었지만 국민의힘 경선 직전 윤석열 후보 쪽으로 합류해 최근 당 전략기획부총장에 임명됐다.
윤 후보 비서실장으로 거론되던 장제원 의원은 아들 문제로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실무진 회의에 참석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윤 후보가 측근에 의존하는 정치를 하다 보면 선대위 인선 등에서 국민의 시각과 거리가 있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