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올해 하반기 신입행원 공개채용을 공고하지 않으면서 대기업에서 시작한 신입 공채 폐지가 은행권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경력을 갖춘 디지털, IT 전문인력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고 인력규모도 계속 축소하고 있어 대규모 공채도 옛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 대규모 공채 옛말 되나,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입행원 공채 안 해

▲ 4일 오후 서울 강동구청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1 강동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만 대규모 공채를 통해 신입행원을 뽑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까지 공채일정을 내놓지 않으면서 사실상 수시채용만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공채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필요한 분야별로 경력과 신입 대상의 수시채용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직군별로 수시채용을 마쳤고 하반기 공채는 진행하지 않기로 확정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규모 채용절차를 진행할 수 없어서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다”며 “2022년에는 채용 인원을 올해보다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시작된 공채 폐지 흐름이 은행권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 롯데그룹 등은 공채 제도를 폐지했고 SK그룹은 올해 하반기 공채가 마지막이다. 현재 5대 그룹 가운데 공채를 유지하는 곳은 삼성그룹이 유일하다.

공채를 유지한 시중은행들도 신입 채용을 줄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하반기 NH농협은행은 2020년 하반기와 비교해 채용 규모를 20명 줄였고 경력공채를 신설했다. KB국민은행은 하반기 채용 규모를 지난해 하반기보다 70명 늘렸지만 경력직까지 포함해 선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김영각 KB국민은행 HR(인사관리)부 차장은 올해 7월  ‘2021 금융·증권 잡페스티벌’에서 “앞으로는 수시채용이 확대될 것이다”며 “정보통신기술(ICT) 등 특정 사업이나 비즈니스가 시작돼서 바로 사람을 투입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디지털, IT 전문인력 선호현상은 최근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하반기 일반직 공채로 30명을 뽑는데 디지털분야로는 이와 비슷한 26명을 선발한다. 디지털 관련 인력은 수시채용으로도 자주 선발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디지털분야 인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DGB대구은행도 하반기 일반금융 00명, 정보통신기술(ICT) 00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은행의 비대면화가 더 가속화되면서 영업점에 필요한 인원이 줄어들자 은행들도 신입행원을 많이 뽑을 이유가 적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은행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정보통신기술 인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확연히 부족한 상황에 놓여있다.

하나은행은 10월 인적자원(HR)조직을 은행장 직속으로 개편하고 디지털 인재 발굴을 담당할 ‘미래인재혁신유닛’을 신설했다. 

NH농협은행은 이미 인력 인사카드에 디지털 전문인력과 데이터 전문인력을 구분해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경영효율 차원에서 점포 축소를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은 은행 대규모 공채 자체가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없어진 은행 점포 수는 780여 개에 이른다. 게다가 시중은행들은 2022년 초까지 167개 점포를 추가로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점포 폐쇄와 함께 은행의 인력 감축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직원 수는 5만7550명으로 2020년 말보다 1192명 줄었다. 2020년 상반기와 비교해서는 2천여 명이 감소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은행의 인적자원 관리체계 개선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은행이 단순히 인력감축을 통해 비용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결국 ‘어떠한’ 인력을 ‘어떠한’ 방식으로 채용하고 보상체제를 ‘어떻게’ 확보하는냐가 더 중요하다”며 “공채를 통한 일괄적 채용 과정은 전문인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장애요인으로, 장기적으로는 수시, 소량, 이질 형태의 채용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은행권의 공채 축소흐름을 놓고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은행은 전통적으로 인문계 출신을 많은 뽑는 업종이었는데 IT인력 선호현상과 더불어 수시채용이 확대되며 갈수록 인문학 전공자들에게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다.

수시채용으로 채용비리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7년에 제기된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은행권이 아직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채를 계속해서 축소한다면 공정성 측면에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 매체에 올린 기고문에서 “수시채용이 진행되면 채용 과정에 따라 수많은 인맥이 개입될 여지가 크고 그룹 차원의 통일된 채용 과정이 간소화될 소지가 있어 이 부분에서 채용비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며 “수시채용을 통해 그때 그때 필요한 인력을 선발한다고 해서 이들이 곧바로 기업의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