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배터리 도전재(배터리에서 전기흐름을 돕는 소재)에 쓰이는 탄소나노튜브 생산설비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탄소나노튜브를 증설해 배터리소재시장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고압케이블 피복, 건설용 콘크리트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범위를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31일 LG화학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탄소나노튜브 3공장 부지를 LG화학의 여수 공장 안에 두기로 하고 조속한 착공을 위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탄소나노튜브 증설을 위한 부지를 기존 2공장 옆으로 결정했다”며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착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와 열의 전도율이 구리와 동일하면서 강도는 철의 100배에 이르는 신소재다. 탄소나노튜브 도전재는 기존 카본블랙 도전재보다 전도율이 10% 이상 높다.
탄소나노튜브를 배터리 도전재로 사용하면 기존 카본블랙 도전재보다 사용량을 30% 줄일 수 있어 배터리 용량과 수명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LG화학이 새로 짓는 탄소나노튜브 3공장의 생산규모를 2공장과 비슷한 규모인 연산 1200톤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LG화학의 탄소나노튜브 생산능력은 연산 1700톤이다.
LG화학은 전기차시장이 급격하게 커짐에 따라 배터리 수요도 늘어 도전재로 쓰이는 탄소나노튜브시장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탄소나노튜브 도전재시장은 2020년 기준 87억 원 수준에서 2025년 2조4천억 원 규모까지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부회장은 전기차배터리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춰 탄소나노튜브 공장을 추가로 증설함으로써 국내 생산능력 1위를 굳히고 글로벌 톱티어 생산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1년을 ‘성장의 해(The Year of Growth)’로 만들고자 한다”며 “다양한 전지재료사업분야의 역량과 자원을 하나로 모아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의 첨단소재부문 매출에서 탄소나노튜브를 포함한 배터리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을 2020년 말 기준 30% 가량에서 2021년 상반기 기준 40% 가량까지 늘리며 지속적으로 힘을 주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LG화학이 2025년까지 배터리소재사업에서만 매출 4조 원 가량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터리소재사업과 반도체소재사업, 엔지니어링소재사업을 모두 포함한 첨단소재부문 매출이 2020년 기준 3조6천억 원인 점을 감안할 때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차배터리 도전재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정에서 패키지를 보호하는 트레이, 고압케이블 피복, 건축용 고강도 콘크리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화학은 2011년 탄소나노튜브의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착수해 280여 건의 탄소나노튜브 관련 특허를 보유하게 됐다. 최근에는 적용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추가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LG화학이 전기차배터리에만 국한해 탄소나노튜브기술을 개발을 하지 않고 다양한 활용방법을 개발하려는 배경에는 증설 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바라본다.
현재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생산규모가 커서 배터리 도전재로서 탄소나노튜브를 생산하고 있지만 배터리시장의 변동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활용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탄소나노튜브 관련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성장기반으로 탄소나노튜브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