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사장 공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장 인선을 둘러싼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사이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절차의 진행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
15일 서울시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19일까지 진행되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세 번째 공모에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다시 지원했다.
김 전 본부장의 재지원은 그 자체로 서울시의회를 자극할 만한 일로 보인다.
김 전 본부장은 두 번째 사장 공모에 지원했을 때 오 시장과 부동산 정책 관련 의견을 긴밀하게 주고받는 사이로 주목을 받으며 유력한 사장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서울시의회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대다수로 구성돼 있고 오 시장과 계속 갈등을 빚어 온 상황에서 김 전 본부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단계에서 탈락됐다.
오 시장은 이러한 결정에 반발하며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 2명 모두를 부적격 처리했고 이번에 세 번째 공모가 진행되게 됐다.
김 전 본부장의 공모 지원과 관련해서는 3일 열린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오 시장이 직접 김 전 본부장에게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힌 뒤 시의원과 사이에 사전 사장 내정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세 번째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 사이 분위기가 두 번째 공모 때보다 험악해졌다는 점이다.
오 시장은 6일 두 번째 공모에서 추천된 후보 2명을 모두 부적격 처리한 뒤 서울시의회를 향해 공세수위를 더욱 높였다.
오 시장은 13일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취지를 내세운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혈세로 유지되는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현금인출기)으로 전락했다”며 박원순 전 시장의 정책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 시장이 박 전 시장의 사회주택과 관련해 “서울주택도시공사가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사회경제적 주체라는 조직이 끼어들어 원가를 상승시키지 않았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점을 고려하면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인선과 관련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서울시의회 역시 김 전 본부장의 재지원과 관련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과 갈등뿐 아니라 김 전 본부장의 주택정책 관련 생각 자체를 비판하는 여권의 시선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전 본부장은 진보성향의 시민운동가로 오랜 기간 활동해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저격수’로 불릴 정도로 여권을 향한 비판을 이어왔다.
김 전 본부장이 서울주택도시공사와도 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김 전 본부장은 경실련에서 활동을 하면서 분양원가 공개 등을 요구하며 서울주택도시공사를 상대로 각종 소송을 벌인 만큼 서울주택도시공사 내부에서도 김 전 본부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이 세 번째 공모절차에서도 이전과 같이 유지되는 만큼 김 전 본부장의 탈락이라는 같은 결론이 다시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서울시 추천 2명, 시의회 추천 3명, 서울주택도시공사 추천 2명 등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김 전 본부장은 재지원을 둘러싼 논란 등에 비교적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언론을 통해 재지원 배경을 놓고 “시민운동을 그만 둔 이유가 공직에서 공익을 위해 일을 직접 해보려는 것이라 개인적 고심 끝에 결정했다”며 “오 시장과 사전에 이야기 없이 혼자 고민해 다시 지원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