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맵모빌리티가 대리운전 호출서비스시장에서 자리잡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거리두기 수칙으로 회식과 모임이 줄어들면서 대리운전시장 자체가 위축돼 있는 데다 플랫폼기업의 사업 확대를 놓고 기존 영세사업자들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티맵모빌리티 대리운전 안착 가시밭길, 플랫폼기업 향한 눈총 따가워

▲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이사.


15일 동반성장위원회는 대리운전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안건과 관련해 티맵모빌리티와 카카오모빌리티,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모두 모이는 3차 간담회를 열었다.

8월 말 진행한 1차 간담회는 첫 인사 정도를 나누는 자리였고 그 뒤로는 영세사업자단체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티맵모빌리티와 카카오모빌리티를 각각 따로 만났다.

이날 3차 간담회는 다시 안건의 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본격적 논의를 시작하는 자리다. 

다만 최근 플랫폼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를 놓고 국회와 규제당국까지 칼을 빼들었고 여론도 부정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양측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만 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대리운전 호출서비스를 이제 막 시작해 시장 안착을 위해 한창 프로모션이 필요한 단계인 만큼 현재 상황에 더욱 애가 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한국 대리운전 호출시장에 먼저 진입해 전화콜시장까지 사업 확장에 나선 카카오모빌리티로 여론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결국 후발주자인 티맵모빌리티가 시장 갈등의 타격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티맵모빌리티는 대리운전 호출서비스 티맵 안심대리를 내놓은 지 겨우 두 달째다. 

애초 대리운전 호출시장은 전화를 통해 대리기사를 부르는 전화호출방식시장이 점유율 85%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플랫폼기업이 들어갈 틈이 좁다. 게다가 플랫폼 호출시장은 카카오모빌리티가 6년이나 앞서 진출해 영향력을 키워놓았다.

티맵모빌리티는 대리운전 호출시장의 이런 점을 고려해 사업 진출 초기부터 공격적 마케팅을 계획해뒀는데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플랫폼기업의 전화콜사업 진출이 갈등의 핵심쟁점인 점도 큰 부담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처음부터 티맵 안심대리서비스 화면에 전화 호출방식의 ‘안심대리콜’ 기능을 탑재해 전화 호출시장을 바라봤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입지를 구축한 플랫폼 호출시장 경쟁에서는 사업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플랫폼기업들의 전화콜시장 진출에 관해서는 서비스 혁신, 이용자 편의라는 명분이 서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모빌리티플랫폼기업들이 앞세우고 있는 것은 기술 도입을 통한 서비스 혁신인데 기존 사업자들과 같은 방식인 전화콜사업을 혁신이라고 할 수 있냐는 주장이 나온다.

티맵모빌리티는 이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로부터 모빌리티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에 전화콜 메뉴 추가 금지 등 전화콜 영업 제한, 대리기사와 고객 대상 현금성 프로모션 중단 등 조건을 요구받았다.

티맵모빌리티와 같은 요구조건을 받아든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생안은 대리운전업계의 반발만 더 키우고 있어 전화콜사업, 플랫폼기업의 마케팅 영업을 놓고 갈등이 더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4일 기존 고정 수수료 20% 정책을 수요와 공급에 따른 변동 수수료 0~20%를 매기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상생안을 내놓았다. 

모빌리티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사업 상생안은 결국 수수료를 업계 기준보다 낮추겠다는 것인데 이러면 오히려 대리운전기사들이 카카오 플랫폼으로 더 몰리게 될 것이다”며 “이걸 상생안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장 대리운전 기사의 처우는 개선될 수 있을지 몰라도 시장의 기존 중개사업자들은 더욱 벼랑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카카오의 상생안이 나온 뒤 반발 분위기가 더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티맵모빌리티도 한시적이지만 10월까지 대리기사 대상으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수수료 0% 프로모션 등을 펼치고 있어 덩달아 살얼음판을 걷게 된 셈이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카카오가 들고 나온 대리기사 수수료 인하정책은 기존 대리운전 호출회사들이 버틸 수 없게 만들어 시장을 독식하는 방안”이라며 “결국 기존 사업자들의 수익구조는 더 열악해지고 시장에는 카카오와 SK의 티맵만 남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대표로 뭇매를 맞고 있다고 해서 티맵모빌리티가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맵모빌리티가 대리운전 호출시장에서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도 못한 데다 앞선 택시호출서비스 사례를 봐도 그렇다. 티맵택시는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충돌 때 ‘반짝’ 고객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반전의 계기가 되지는 않았다.

대리운전은 티맵모빌리티가 SK텔레콤에서 분사해 독립기업으로 출범한 뒤 첫 번째로 내놓은 서비스다.

티맵모빌리티는 규제가 많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미 장악한 택시호출서비스사업을 우버코리아와 합작법인 우티에 넘겨주고 대리운전을 다시 첫 시작점으로 잡았다.

티맵모빌리티는 모회사 품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살림을 꾸려가면서 모빌리티플랫폼 티맵을 키우기 위해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모델이 필요했다.

대리운전시장은 택시업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없었고 중개수수료도 20% 수준으로 고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대리운전 호출서비스사업은 티맵모빌리티가 SK텔레콤 모빌리티사업단 시절부터 2년여에 걸쳐 준비해온 사업이기도 하다.

티맵모빌리티는 가입자 수 2천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내비게이션앱 티맵을 바탕으로 다양한 모빌리티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는 ‘올인원’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티맵모빌리티는 2025년까지 한 해 매출 6천억 원, 기업가치 4조5천억 원을 달성하고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겠다는 목표로 사업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KB증권에서는 현재 티맵모빌리티 기업가치를 1조4천억 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티맵모빌리티는 대리운전 호출서비스에 이어 하반기 전동킥보드 관련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올해 안에 대중교통, 주차 등 각자 별도의 앱으로 제공하던 서비스들을 티맵앱에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