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건강기능식품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미래 비전으로 ‘월드베스트 CJ’를 내걸고 해외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큰 데 코로나19로 부진한 실적을 내는 계열사들이 계속 나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사업을 크게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CJ제일제당 건강기능식품 팔걷어, 이재현 '월드베스트 CJ' 자금줄 되나

이재현 CJ그룹 회장.


13일 식품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CJ그룹은 각 계열사들이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에서 긍정적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월드베스트 CJ’를 이루기 위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아 보인다. 

이재현 회장은 2017년 CJ그룹 경영에 복귀한 뒤로 ‘월드베스트 CJ’라는 비전을 세우고 CJ그룹 전반에 걸쳐 재무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 힘을 쏟아왔다.

‘월드베스트 CJ’는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특정 사업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규모를 불리기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할 필요도 크다. 결국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최근 코로나19로 CJ그룹 계열사들은 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CJ그룹은 식품, 바이오, 물류, 문화사업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는데 식품사업만 떼놓고 보면 CJ제일제당은 해외사업에서 성장을 바탕으로 실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CJ프레시웨이나 CJ푸드빌 등은 이제야 막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코로나19 영향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화사업 쪽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CJCGV는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CJCGV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617억 원, 영업손실 573억 원을 거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J그룹의 대들보이자 맏형인 CJ제일제당이 ‘월드베스트 CJ’ 추진을 위한 자금 확보에 팔을 걷어붙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시장은 성장성 측면에서 높은 기대를 받는 데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익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면서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시장 규모만 놓고 봐도 2017년 5조3천억 원에서 2020년 6조1천억 원으로 커졌다.

무엇보다 건강기능식품은 한 번 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안정적으로 매출 낼 수 있다는 큰 강점이 있다. 정관장이나 종근당만 해도 각각 홍삼과 유산균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면서 꾸준히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이 건강사업부를 따로 떼 내 독립법인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가볍고 발 빠른 조직 아래서 건강기능식품사업을 추진한다면 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높이고 입지를 넓히는 게 한층 수월할 수 있다. 조직규모가 커질수록 의사결정의 신속함이나 사업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CJ제일제당은 최은석 대표이사가 2020년 말 취임한 뒤 조직운영에서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성을 앞세우고 있는 데다 올해 들어 건강기능식품사업과 화이트바이오사업을 위한 사내 독립조직(CIC)을 각각 꾸리기도 했다.

CIC(Company In Company)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으로 영업, 마케팅을 포함해 연구개발(R&D), 생산담당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대부분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사실상 조직 그대로 회사를 세워도 당장 사업을 실행하고 추진하는 데 차질이 없는 셈이다. 

CJ제일제당이 최근 바이오기업 천랩을 인수한 목적도 사실상 신약 개발보다는 건강기능식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보는 시선도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나온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검토하면서 신약 개발보다는 마이크로바이옴과 건강기능식품 개발 사이 시너지에 무게중심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이 8월17일 내놓은 2021년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장승훈 건강사업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상무대우로 승진하고 이승진 전 롯데BP화학 대표를 화이트바이오부문 최고운영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건강기능식품사업과 화이트바이오사업 두 부문에서 임원 영입에 힘을 실으면서도 레드바이오(제약) 관련 임원 영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CJ제일제당은 하반기에 기존 건강사업부를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설립할 수 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건강사업 개편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10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