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현 SK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대규모 적자상태에 놓인 엔지니어링플라스틱사업부를 매각할까?

SK케미칼은 자동차 내장재에 들어가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페닐렌 설파이드(PPS)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사업에서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SK케미칼 적자 엔지니어링플라스틱사업 팔까, 전광현 성장성에 고심

전광현 SK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다만 친환경 자동차의 시장이 커짐에 따라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성장도 예상돼 전 사장으로서는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석유화학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전 사장이 지난 2년 동안 영업손실 1천억 원 가까이 낸 엔지니어링플라스틱사업을 올해 안에 정리할 수 있다는 시선과 계속 안고 갈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 사장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부를 매각할 것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지난 8년간 뚜렷한 실적을 보지 못한 데다 차세대 자동차시장이 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아예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SK케미칼의 엔지니어링플라스틱사업부의 전신은 SK케미칼과 일본 화학회사인 데이진이 합작해 2013년 만든 이니츠다. 

이니츠는 애초 금속대체용 슈퍼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서 전기차나 수소차와 같은 차세대 자동차시장을 노렸지만 결과가 썩 좋지 못했다. 

이에 SK케미칼은 2019년 하반기 이니츠를 사업부로 흡수합병하면서 반전을 기대했지만 2019년 영업손실 385억 원, 2020년 영업손실 615억 원을 냈다.

반면 전 사장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을 계속 안고 갈 것이라는 시선은 시장의 성장가능성이 높고 SK케미칼의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탓에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100~300kg 더 무거운데 가벼운 소재인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차량 무게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게다가 SK케미칼은 2021년 2분기 개별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을 3923억 원을 쥐고 있고 부채비율과 총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66%와 19.5%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엔지니어링플라스틱사업이 지속해서 손실을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SK케미칼의 재무구조가 이처럼 탄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폴리에스터(한 종류 이상의 화학물질을 함께 사용해 복합적으로 만드는 소재)사업의 역할이 크다.

코폴리에스터사업은 2020년 SK케미칼 전체 영업이익 952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9%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사업으로 꼽힌다.

코폴리에스터는 한 종류 이상의 화학물질을 함께 사용해 복합적으로 만드는 플라스틱 소재를 말한다.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고 습기와 열에 강하며 무게가 가볍다. 

세계적으로 미국 기업 이스트만과 SK케미칼만 생산하는 소재다. 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이 높아 전 사장이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전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화학소재분야에서는 코폴리에스터설비 증설의 성공적 안착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 사장은 코폴리에스터사업을 키울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20년 현금창출사업이었던 바이오디젤사업을 매각하기도 했다.

바이오디젤사업은 2019년 영업이익 388억 원의을 낼 정도로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었으나 SK케미칼이 매각을 결정하면서 작년 2분기 이후 연결실적에서 제외됐다.

전 사장으로서는 이익을 내는 사업을 팔아 코폴리에스터사업을 키우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려고 하는데 엔지니어링플라스틱사업이 기대만큼 성장해주지 않아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전략에 따라서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사업을 매각해 코폴리에스터사업 확장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사업부에서 생산하는 폴리페닐렌 설파이드는 특수소재로서 고내열성과 자체 난연성을 지녀 차량 경량화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실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매각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