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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점을 찾아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첫날에 은행이 증권사보다 더 많은 고객을 모았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은행이나 증권사의 계좌 하나로 여러 금융상품을 종합해 관리하는 상품이다. 은행은 저렴한 수수료의 신탁형 상품을 앞세워 첫 날 경쟁에서 이긴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회사 33곳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출시한 14일 32만2990명이 가입했다. 전체 잔액은 약 1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고객 1인당 34만 원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입금한 셈이다.
전체 가입자 가운데 31만2464명(96.7%)이 은행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가입했다. 증권사는 1만470명(3.2%), 보험사는 56명(0.0%)를 차지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전체 잔액을 업종별로 분류하면 은행 802억 원, 증권사 293억 원, 보험사 5천만 원이다. 은행보다 증권사에 큰돈을 맡긴 고객이 비교적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처럼 세제혜택을 주는 상품인 재형저축은 출시 첫 날에 잔액 198억 원, 소장펀드는 16억6천만 원을 기록했다”며 “다른 세제혜택 상품과 비교해 가입자 수와 계좌잔액 규모가 비교적 크다”고 밝혔다.
은행에 고객이 몰린 가운데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자도 일임형 가입자를 앞질렀다. 은행들은 14일에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만 출시했다. 증권사들은 신탁형과 일임형을 모두 내놓았다.
신탁형은 소비자에게 투자상품을 직접 고르도록 한 상품이다. 일임형은 금융회사에서 소비자에게 종합적인 투자상품 모델포트폴리오(MP)를 제시한 뒤 선택권을 일임받는 상품이다.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자는 32만2113명으로 일임형 가입자 877명보다 훨씬 많았다.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잔액은 1077억 원, 일임형은 18억 원이다.
소비자들은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내는 신탁형 상품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수수료율은 0~0.3%이며 일임형은 0.1~1.0%다.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일임형과 달리 분산투자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점도 초반 인기몰이에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예금과 적금 등 원금을 잃을 위험성이 없는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신탁형을 찾았다는 것이다.
은행은 당분간 방대한 영업망을 앞세워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판매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출시한 은행들의 지점은 전체 7300여 곳으로 증권사들의 지점 수보다 6배 이상 많다.
증권사는 향후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기존의 랩어카운트상품과 비슷하게 구성돼 증권사에서 강점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사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출시를 앞두고 고금리의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가입 혜택을 내걸은 점이 신탁형 상품의 가입비율을 높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매조건부채권은 금융기관에서 일정 기간 이후 이자를 붙여 되사는 조건으로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채권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소비자들이 특판 환매조건부채권을 투자상품별 한도를 지정한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모델포트폴리오에 넣기 힘들어지자 신탁형으로 발을 돌렸다”며 “특판상품의 만기가 돌아온 뒤 증권사의 일임형 상품 가입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