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국내 신용등급이 20년 만에 강등됐다. 재무부담 증가가 원인이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국제신용등급 회복을 위해 재무구조건전성 회복을 약속했던 와중에 찬물이 끼얹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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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한국기업평가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고 12일 밝혔다. 포스코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강등을 당한 것은 20년 만이다. 또 최고등급을 받던 기업이 강등된 건 한국기업평가 제도 도입 이후 최초다.
포스코는 또 국제 신용등급평가로부터 강등당한 신용등급을 좀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스앤드푸어스는 2011년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한 데 이어 2012년 BBB+(부정적)으로 한 등급 더 강등했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달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신용등급 A등급 회복을 달성해 세계 최고의 철강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포스코는 동부제철 인수 검토에 나서면서 기업 인수로 인해 재무구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재무구조는 신용등급 평가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는 시장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면 재무건전성 강화를 최우선 원칙으로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코가 동부제철에 이어 동양파워 인수까지 고려하면서 포스코의 재무건전성 회복에 대한 의심은 커져갔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강등을 당한 것은 권 회장의 기업 인수합병 입지를 좁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포스코의 신용등급 강등 원인에 대해 “독점적 시장지위 약화 및 해외 자회사들의 투자지속에 따른 재무부담 때문”이라며 “향후 해외 자회사들의 영업수익성 개선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사업 구조조정 진행사항 등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재무구조 강화 의지를 피력해왔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동부제철과 동양제철 등 기업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재무구조 개선의지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고 포스코에너지가 동양파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며 “포스코의 국내외 신용등급이 모두 강등된 상황에서 계획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신용등급 하락이 계열사의 등급 하락이라는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계열 지원 여력과 의지가 모두 약해졌고 영업적 연계성 역시 향후 떨어질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한두 단계 가량의 계열사 신용등급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 회장이 신용등급 악재를 계기로 비핵심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권 회장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포스코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자체적인 자본확충, 계열사 사업구조 재편 등을 추진하겠다”며 “재무건전성과 미래 가능성을 중심으로 비핵심 계열사 경쟁력을 판단해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엠텍, 큐에스원, 포레카 등 비핵심 계열사들이 매각대상 물망에 올랐다. 상장 계열사로 포스코에너지와 포스코건설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포스코는 지난 4월 미국 강관 합작법인 USP 지분 매각 추진 이후 비핵심 계열사 정리와 관련한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