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1세대 이커머스기업인 인터파크와 다나와의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커머스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버티컬 플랫폼(전문몰)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인터파크나 다나와 인수를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도 인터파크 다나와 인수후보로 꼽혀, 강희태 매력 느낄까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17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이베이코리아를 놓친 만큼 하반기에는 이커머스 플랫폼 인수합병(M&A)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최근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GS리테일이 요기요를 인수하면서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지각변동이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롯데쇼핑은 이베이코리아와 요기요 인수를 모두 포기하며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6일에 열린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로 검토했으나 시너지 시현이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수적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다나와는 롯데쇼핑과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나와는 2000년에 설립돼 컴퓨터 주요 부품의 가격을 비교해 주는 사이트로 시작했다. 2002년 법인으로 전환한 뒤 현재는 종합 가격비교 사이트로 최저가와 쇼핑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가격비교는 이커머스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네이버가 국내 이커머스시장에서 점유율 16.6%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네이버쇼핑이라는 가격비교 서비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나와가 유통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춘 대기업의 품에 안긴다면 네이버가 사실상 독주하고 있는 ‘최저가 비교’ 서비스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다나와를 인수함으로써 오랫동안 누적된 상품정보와 이를 소비자 요구에 맞게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기술력도 확보할 수 있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다나와는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는 이커머스시장의 수혜업체”며 “이커머스업체 수와 취급 품목이 증가하고 업체의 가격 차이가 확대되면 이에 따라 편리한 상품 정보와 최저가를 검색할 수 있는 가격비교서비스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다만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다나와 인수를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며 “다나와가 잠재인수 후보를 대상으로 티저레터(투자설명서)를 배포해 롯데지주가 받은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7월 매물로 나온 인터파크도 롯데쇼핑이 인수할 만한 매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파크는 여행과 티켓, 도서 등에 특장점을 지닌 온라인쇼핑몰로 2020년 32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파크의 주력사업부인 여행과 공연예매부문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파크가 여행과 티켓분야에서 국내시장 점유율 70%로 압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이후에는 충분히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파크는 버티컬 플랫폼(전문몰)을 강화해 이커머스사업을 키우겠다는 강희태 부회장의 전략에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3월 유진자산운용 등과 손잡고 중고나라에 3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대형매물을 인수하는 것보다는 특화된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 부회장은 6월 “우리가 역량을 보유한 그로서리(식료품),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전문 버티컬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에게 명확한 방문 이유를 제시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인터파크나 다나와 등의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이 롯데쇼핑의 온라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터파크, 다나와 등이 매물로 나온 것은 결국 쿠팡과 네이버쇼핑 등 새로운 플랫폼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인터파크와 다나와는 이커머스의 원조격이었지만 너무 오래된 기업이다보니 콘셉트나 인프라, 인터페이스 등이 모두 노후화돼 있다.

따라서 롯데쇼핑이 인수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짐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롯데쇼핑은 현재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 부담이 다소 높아 인수합병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롯데쇼핑의 올해 2분기 기준 차입금 및 사채는 10조7160억 원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넘는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국내 이커머스시장은 인수합병과 제휴, 신규 진입 또는 철수 등 전반적 구도 재편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쇼핑은 아직 이커머스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데 기업 신용도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안정적 현금흐름과 재무구조이지만 적시적 투자를 통해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