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금융지주도 우물 안 개구리? 카카오뱅크에 글로벌 대표 내줄 판

▲ 주요 금융그룹 로고.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몇몇 종목은 우물 안 개구리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가경쟁력에 부합하는 업종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분야에는 더욱 날카로운 경고장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7월23일부터 8월8일까지 진행된 2020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종합 16위로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종합 19위)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리는 단체 구기종목의 부진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야구는 6개 참가국 중 4위로 노메달에 그치며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겼고 축구도 8강에서 멕시코에 충격의 6실점 패배를 당했다.

선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여자배구조차 세계의 높은 벽을 확인하며 4강에 만족해야 했고 여자핸드볼도 8강이 한계였다. 여자농구는 조별리그 전패의 성적을 받아야 했다.

이런 종목의 성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는 분명하다. 핸드볼을 제외하면 모두 국내 프로리그를 갖추고 스타 선수들도 즐비한 종목이지만 세계 수준과는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분명 야구의 류현진, 축구의 손흥민, 배구의 김연경처럼 세계 톱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극소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쟁력을 보였다.

비단 스포츠 종목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도쿄올림픽에서 나타난 한국 선수단의 문제는 국내 산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내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사례는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반도체, 자동차, 가전 등 제조업에서 국내 수위 기업이 글로벌 톱수준에서 경쟁하는 분야도 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금융지주들이 아옹다옹 리딩뱅크 경쟁을 하고 있는 금융업은 글로벌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S&P글로벌이 4월 발표한 세계 100대 은행 순위를 보면 KB금융이 63위, 신한금융이 64위에 그친다. NH농협이 72위, 하나금융이 74위, 우리금융이 83위로 60~80위 사이에 몰려 있다. 한국경제 위상을 고려하면 대표 금융기업들의 순위로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국내 금융기업들은 수 년 전부터 글로벌 금융그룹 도약을 말해왔다. 하지만 아직 글로벌무대에서 내로라하는 금융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곳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서조차 빅테크기업에 입지를 빼앗기고 있는 형국이 됐다. 6일 증시에 입성한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틀 만에 시가총액이 40조 원을 넘나들면서 KB금융과 신한금융을 합친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이대로라면 국내 대표 금융기업으로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게 되는 곳이 카카오뱅크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포브스가 뽑은 세계 최고의 은행 순위에서 한국 은행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후 대규모 자본을 확충해 글로벌 진출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금융서비스이자 디지털 플랫폼으로서 국경을 넘기 유리한 조건을 갖춘 만큼 기존 금융기업들보다 빠르게 글로벌 성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결국 기존 금융기업들로서는 차별화된 디지털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카카오뱅크에 대항해 국내 금융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금융환경에서도 통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국내 금융기업들의 디지털 경쟁력은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하는 국가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020년 64개국 중 종합 8위를 차지했으나 은행 및 금융 서비스는 49위에 그쳤다.

은행 및 금융서비스는 52개 세부지표 가운데 여성 연구자 수(54위)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순위에 위치하면서 우리나라 디지털 경쟁력의 약점 중 하나로 꼽혔다.

국내 금융기업들은 2021년 상반기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5대 금융지주는 상반기 모두 9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오늘의 호황은 결코 미래의 성장을 담보하지 않는다.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확신할 수가 없다. 금융권에서 사상 최대 실적의 축포보다 위기를 각성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야 하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