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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쿠팡 대표. |
김범석 쿠팡 대표가 창사 이래 최대위기에 직면했다.
로켓배송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이마트 등 이른바 유통공룡들의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을 비롯해 소셜커머스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과거보다 더 큰 출혈이 불가피해졌다.
김 대표는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으로 키워내기 위한 도전을 계속 할 수 있을까?
◆ 오프라인 유통공룡의 견제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기저귀, 분유, 여성용품 등으로 유통채널 최저가 상품들을 늘려가며 쿠팡을 압박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1위업체인 쿠팡은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의 견제대상 1순위가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쿠팡이 적자를 보면서까지 고객을 가져가고 있는데 왜 대응 하지 않느냐”며 직원들을 다그쳤다는 말도 나온다.
대형마트는 ‘최저가’ 품목을 확대해 쿠팡에 잠식당한 수요를 되찾고 날로 성장하는 온라인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으려고 한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이제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업체뿐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공룡들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범석 대표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적자경영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쿠팡은 유통공룡들과 최저가 전쟁을 회피할 마음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이미 최저가정책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이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소셜커머스업체들과 출혈경쟁을 이어오면서 이미 적자누적이 심각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조속히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적자부담에 짓이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이 국내 온라인유통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최소 3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 투자자들이 만족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규투자를 받기 어려워져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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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왼쪽부터), 김범석 쿠팡 대표, 박은상 위메프 대표. |
◆ 서바이벌게임 펼치는 소셜커머스업체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이 가세하기 전까지만 해도 소셜커머스업체들이 펼친 경쟁은 선두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이 소셜커머스업체와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최악의 경우 생존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양상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가경쟁은 이미 보편화하고 있어 소셜커머스업체들은 다른 차별화 서비스를 마련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며 “결국 지금보다 더 큰 영업적자가 불가피하단 뜻인데 가뜩이나 적자가 누적된 상황이라 버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커머스업체들은 2010년 설립 이후 제대로 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선두업체가 되기 위해 마케팅과 할인 등에 많은 돈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쿠팡은 2013년 42억 원, 2014년 12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티켓몬스터도 2013년 708억 원, 2014년 246억 원의 적자를 봤다. 위메프 역시 2013년 360억, 2014년 29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세 업체는 지난해에도 모두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소셜커머스업체들의 재무상태는 불안하다.
쿠팡과 티켓몬스터, 위메프는 2014년 기준으로 각각 3428억 원, 1013억 원, 1417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간 세 업체의 부채총액은 각각 3191억 원, 1885억 원, 2235억 원 이다. 특히 티켓몬스터와 위메프는 부채를 뺀 자산총액이 각각 –872억 원, –817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 쿠팡의 양날 검, 로켓배송
김범석 대표는 2010년 8월 자본금 30억 원으로 쿠팡을 설립했다. 설립 첫 해 월 거래액은 2억 원에도 못 미쳤으나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거래액이 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쿠팡을 만든 뒤 적자에도 마케팅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김범석 대표는 소셜커머스의 최저가 경쟁이 이어지자 ‘로켓배송’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제품가격이 하향평준화하면서 배송에서 차별점을 둬 경쟁업체를 따돌리겠다는 것이다.
쿠팡은 2014년 업계 최초로 직접배송을 실시하면서 배송시간을 24시간으로 단축하고 고객편의를 배려한 세심한 배송서비스로 호평을 받았다.
쿠팡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뒤 2014년 매출 3485억 원을 거뒀다. 전년 478억 원보다 7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 기간 경쟁업체인 티켓몬스터와 위메프는 각각 1575억 원, 1258억 원의 매출을 내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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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만의 차별화된 배송서비스 '로켓배송'. |
쿠팡은 로켓배송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조5천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보다 4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김 대표는 로켓배송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김 대표는 “지금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도 쿠팡맨을 채용하고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것은 도전하는 것”이라며 “아마존과 알리바바도 초기에 적자를 내며 사업했지만 두 회사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결과적으로 초기적자는 투자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쿠팡은 2017년까지 물류센터를 짓고 쿠팡맨을 채용하는 등 로켓배송 확대에 1조5천억 원을 투자해 ‘24시간 이내’ 배송원칙을 앞으로 ‘2시간 이내 배달’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쿠팡의 공언대로 ‘2시간 이내 배송’이 가능해지면 쿠팡의 취급하는 상품군이 신선식품 등으로 확대돼 상품 판매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 쿠팡, 출혈경쟁 버틸 체력 있나
김범석 대표가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버틸 수 있는 체력, 곧 ‘투자금’이 받쳐줘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업체들은 적자가 누적되면서 투자로 버티고 있다”며 “특히 김 대표가 승부수로 내세우고 있는 로켓배송에 막대한 물류비와 인건비가 투입되기 때문에 투자금을 지속적으로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셜커머스업체들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6월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김 대표는 2014년에도 미국 투자회사인 세퀘이아캐피털과 블랙록 등으로부터 약 4억 달러(440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반면 경쟁사인 티켓몬스터는 글로벌 투자사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으로부터 810억 원을 투자 받고 위메프는 NXC로부터 1천억 원의 투자를 받는 데 그쳤다.
소셜커머스업체들은 지금보다 대규모 투자가 더욱 필요할 경우 기업공개를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쿠팡은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투자를 결정하면서 쿠팡의 기업가치를 5조 원대로 평가했다.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은 티켓몬스터의 기업가치를 8억 달러(9674억 원)로 평가했다. NXC는 위메프에 투자를 결정하며 기업가치를 약 1조 원으로 추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