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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친환경차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디젤차 라인업도 늘리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흐름이 친환경차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디젤차시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기아차가 내수에서 점유율을 지키려면 디젤차를 출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독일 디젤차들과 직접 경쟁하려면 디젤차를 속속 내놓고 디젤엔진 기술력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친환경차시장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규모가 매우 작다.
친환경차시장이 성장하려면 환경규제나 세재혜택 등 정부정책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만큼 이른 시간 안에 커지는 게 사실상 어렵다.
정 회장은 친환경차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까지 디젤차 확대라는 현실적 선택을 한 셈이다.
◆ 현대기아차, 디젤차 라인업 역대 최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출시하는 제네시스 G80에 디젤엔진을 탑재한다.
제네시스 G80은 기존 2세대 제네시스의 후속모델이다. G80에 디젤엔진이 탑재될 경우 현대차의 대형 세단 가운데 최초가 된다. G80은 수입 디젤세단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말 출시하는 6세대 그랜저에도 디젤엔진을 탑재한다. 기아차가 지난 1월 출시한 신형 K7에도 디젤엔진이 탑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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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의 '더 뉴 모하비'. |
현대기아차는 최근 들어 준대형 이상 차급에도 속속 디젤엔진을 얹고 있다.
쏘나타와 K5 등 중형세단에 디젤엔진을 탑재한 데 이어 준대형차와 대형차에도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고급 모델인 제네시스 EQ900과 K9를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세단에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10종의 디젤차를 확보하면서 역대 가장 많은 20종의 디젤 라인업을 구축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디젤차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대위아는 급증하는 디젤차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충남 서산에 연간생산량 22만 개 규모의 디젤엔진 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에 2651억 원이 투입된다.
◆ 폴크스바겐 사태에도 굳건한 디젤차
현대기아차의 이런 움직임은 언뜻 보면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흐름과 어긋나 보인다.
지난해 9월 말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량 조작사태가 불거지면서 디젤차 위기론이 확산됐다. 이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친환경차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오히려 디젤차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친환경차시장이 아직 갈 길이 먼 반면 디젤차시장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에서 디젤차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국내 소비자들은 환경문제만으로 디젤차를 외면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높은 연비, 과거보다 향상된 성능 때문에 여전히 디젤차를 선호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차량 2대 가운데 1대는 디젤차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등록 차량 183만 대의 52.5%에 이르는 96만2천여 대가 디젤차다. 내수에서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60%였던 가솔린차 비중은 지난해 37%로 떨어졌다.
수입 디젤차의 인기도 여전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수입 디젤차 판매액이 2014년보다 30% 가까이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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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김창식 기아차 부사장, 박한우 기아차 사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이 지난 1월26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올 뉴(ALL NEW) K7'의 공식 출시행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 현대기아차의 국내시장 점유율 뒷받침하는 디젤차
현대기아차의 전체 판매량 가운데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전체 국내판매에서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2014년보다 7%포인트나 늘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합쳐 41만여 대의 디젤차를 팔았다. 이는 2014년보다 32.6%나 증가한 것이다.
반면 가솔린차는 49만여 대로 2014년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제자리걸음할 정도로 시장이 정체되고 있다.
현대차 판매에서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8.3%에서 지난해 42.1%로 늘었다. 기아차 판매에서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39.8%에서 49.7%로 10%포인트나 높아졌다.
올해 디젤차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아반떼와 쏘나타, K5 디젤모델에 이어 K7 디젤모델이 가세하면서 디젤차 판매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디젤엔진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가솔린엔진 개발에만 치중해 왔지만 뒤늦게 수입차에 대응하기 위해 디젤엔진 개발에 속도를 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과거 소비자들로부터 현대기아차의 디젤엔진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최근 몇 년 동안 성능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최근 출시되는 디젤차는 소음과 진동이 줄고 성능도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 친환경차 개발에도 박차
정몽구 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친환경차시장에 대한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흐름이 결국 친환경차 위주로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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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문식(오른쪽)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부회장과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이 지난 1월14일 서울 동대문구 DDP에서 열린 ‘아이오닉(IONIQ) 하이브리드’ 신차발표회에서 사진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현재 8개 차종인 친환경차 라인업을 22개 차종으로 확대하고 소형부터 SUV에 이르는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하려고 한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1조3천억 원을 투입해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하고 모터나 배터리 등 핵심부품과 관련된 원천기술 확보에 나섰다.
현대차는 올해 현대차 최초의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을 선보였다.
기아차도 친환경 SUV 니로를 선보였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기존 모델에 하이브리드 엔진 등 친환경 엔진을 장착해 내놓은 적은 있지만 친환경 전용차를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