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 LG상사, SK네트웍스.
국내를 대표하는 종합상사들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종합상사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성공하느냐에 회사의 생존이 달려있다.
종합상사는 대규모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무역거래 이외에 자원개발, 현지생산판매, 합작투자, 첨단기술연구개발 등을 수행하는 대형무역상사를 의미한다.
국내 종합상사는 과거 정부 주도의 수출정책으로 한국경제를 이끌며 전성기를 맞았으나 산업환경의 변화로 1990년대 이후 침체되기 시작했다.
◆ 새롭게 진화하는 종합상사
1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상사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진화를 모색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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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인터내셔널이 2015년 8월 인천 송도사옥에서 파푸아뉴기니 경찰청과 파푸아뉴기니 경찰 통신망 및 CCTV 구축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철강, 화학 등 원부자재 트레이딩(무역중개) 사업과 발전, 석유가스 등 해외 자원개발, 인프라 등 사업 안건을 발굴하는 다양한 프로젝트 오거나이징 사업을 축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찾아나선 것이다.
종합상사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종합상사의 생존이 걸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난해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은 건설과 상사, 패션과 리조트 등 4개 부문의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이다. 이병철 창업주가 1938년 세운 삼성상회가 전신이다. 삼성물산은 1975년에 국내 최초로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되기도 했고, 그해 말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1995년 삼성건설 합병, 지난해 통합 삼성물산 출범 과정을 거치며 이름만 유지한 채 사실상 상사부문의 비중은 쪼그라든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9월부터 건설과 상사, 패션과 리조트로 나뉜 사업이 각각 운영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현재 4개 부문 CEO가 참석하는 시너지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상사부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패션부문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등 부문 간 시너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올해 화학, 철강 등 트레이딩 사업과 캐나다 온타리오주 신재생 에너지 사업, 칠레 켈라(Kelar) 가스복합화력발전 등 프로젝트 오거나이징 사업을 중심으로 성과 창출에 주력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일찌감치 자원개발을 시작에 성과를 거뒀다. 2000년부터 미얀마가스전에 대한 탐사를 시작해 2013년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나섰다. 미얀마가스전은 매년 3천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며 대우인터내셔널을 먹여살리는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SK네트웍스는 자원개발에서 손을 떼고 소비재 영역의 사업을 주력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패션과 면세점, 렌터카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현재 렌터카사업을 제외한 나머지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신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 몰려있다.
LG상사는 물류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LG상사는 지난해 매출 13조2천억 원, 영업이익 818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났다. 산업재와 물류부문에서 실적을 개선했으나 석유와 비철 등 원자재 부문에서 시장이 악화되면서 부진한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LG상사는 앞으로 물류부문에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를 마무리한 범한판토스는 분기당 2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0월 인수한 LG그룹의 또 다른 물류회사인 하이로지스틱스도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경제 고도 성장의 주역, 종합상사
1990년 초반까지는 그야말로 종합상사의 전성기였다.
종합상사제도는 1970년대 초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도입 초기 정부는 원자재나 시설재에 대한 세제 감면, 외자도입 허용, 수출 금융 등을 지원해 기업의 참여를 유도했다.
정부는 당시 연간 수출실적 5천만 달러 이상, 자본금 10억 원, 해외지사 10개, 수출국가 10개인 기업을 자격요건으로 내세워 종합무역상사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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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자무하메도프(왼쪽에서 두번째) 투르크메니스탄 석유가스광물자원 부총리와 송치호(오른쪽) LG상사 대표이사, 김위철(오른쪽 두번째)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투르크멘바쉬 정유공장 2차 현대화 사업 계약서와 가스액화 플랜트 건설사업 기본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
삼성물산은 1975년 종합상사 1호가 됐다. 종합무역상사는 1978년까지 13개사로 늘어났다.
종합상사는 한때 선망의 직장으로 통했다.
해외 출입이 어렵던 시절에 해외를 누비는 종합상사 직원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직장으로 꼽혔다.
그룹 차원에서 신입사원을 뽑던 시절에는 성적 1~3위 등 최상위권자들이 모두 종합상사로 배정을 받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종합상사는 그룹의 인재들이 집결하는 중요 계열사로 승진이 보장되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종합상사는 그룹의 수출창구 역할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100억 달러 시대를 열고 연평균 10%대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 산업환경 변화로 침체의 길로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종합상사는 위기를 맞는다.
기업들이 직접 수출을 시작하고 인터넷의 발달로 현지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위상이 낮아진 것이다. 외환위기로 계열사들이 그룹에서 이탈하면서 영업기반도 축소됐다.
대우인터내셔널도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이듬해 12월 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3년 12월 워크아웃을 끝내고 오랜 방황을 거쳐 2010년 10월 포스코로 인수합병됐다.
종합상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거의 사라졌다. 정부는 2009년 34년 만에 대외무역법에서 종합무역상사 지정제를 폐지한다. 현재는 첨단분야나 중소기업제품에 지원을 해주는 전문무역상사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종합상사가 국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9년을 정점으로 해마다 하락했다. 2008년 6%대에서 2014년 초반에는 2~3%대까지 떨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