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SK종합화학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나 사장은 앞으로 4년 동안 6천억 원을 투입해 기존 석유화학에서 친환경사업으로 사업 방향성을 바꾸는 전략을 추진한다.
나 사장은 자체개발 기술과 글로벌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확보한 역량을 기반으로 2027년까지 국내외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을 대규모로 재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 사장의 이런 계획은 SK그룹 차원의 친환경 경영전략과 맞닿아 있다.
SK그룹의 주력 화학계열사이자 SK종합화학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경영전략 발표대회인 '스토리데이'에서 기존사업의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50%까지 줄이고 친환경 중심으로 공정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나 사장은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2025년 친환경사업으로만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 6천 억 원 이상을 창출해나가려고 한다”며 친환경사업 중심으로 운영체질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BITDA 6천억 원은 2018년 별도기준 SK종합화학의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으로 사실상 새로운 성장동력을 친환경사업에서 찾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 사장은 친환경으로 체질 개선계획의 첫걸음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2025년까지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의 16만㎡ 부지에 폐플라스틱 재활용공장을 짓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에 많이 쓰였던 물리적 재활용(폐플라스틱을 수거 및 분쇄해 재활용하는 것) 방식은 가격 경쟁력이 없는 한계가 있어 폐플라스틱 재활용공장 건설에 화학적 재활용 방식의 일종인 열분해 및 해중합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해중합방식은 오염된 페트병이나 기존에는 소각할 수밖에 없던 폴리에스터 폐섬유를 저온에서 화학적으로 분해해 순수한 플라스틱 기초 원료물질로 되돌려 신제품과 동일한 품질로 재활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SK종합화학은 2024년까지 매년 폐플라스틱 10만 톤을 처리할 수 있는 열분해 생산설비를, 2025년까지는 매년 폐플라스틱 8만4천 톤을 처리하는 해중합설비를 구축한다.
나 사장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짓기 위해 올해 초 해외기업들과 기술협력을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SK종합화학은 지난 1월 미국 브라이트마크의 열분해 기술 관련해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6월에는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에 지분투자를 진행해 해중합기술을 확보했다.
SK종합화학은 이런 설비와 기술을 바탕으로 2025년 90만 톤, 2027년 250만 톤까지 폐플라스틱 재활용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한 나 사장은 이번 투자결정을 시작으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지역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사업을 확대해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선도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특히 SK종합화학은 2030년까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4곳에 연간 40만 톤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해중합설비를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폐플라스틱 재활용뿐 아니라 친환경 고기능성제품을 늘려 현재 20% 수준인 친환경제품 판매량을 2025년까지 7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잡았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SK종합화학은 폐플라스틱 재활용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삼고 자원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는데 일조해 친환경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며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생분해성 수지를 비롯한 친환경제품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석유의존도도 줄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