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맥주'의 약진에 하이트맥주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부담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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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
4월23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OB맥주(카스 등),하이트맥주(뉴하이트 등), 롯데주류(클라우드) 등 3사의 맥주 판매량을 종합한 결과 클라우드의 점유율이 13.9%를 기록했다.
그동안 맥주시장을 양분해왔던 OB맥주는 65.2%에서 56.3%로, 하이트진로는 34.8%에서 29.8%로 각각 점유율이 줄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카스의 점유율은 81.6%에서 77.6%로, 하이트는 18.4%에서 16.9%로 낮아졌다. 판매량이 같다고 가정하면 카스는 5%, 하이트는 8% 판매가 줄어든 셈이다. 롯데의 클라우드가 맥주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클라우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각별히 관심을 쏟은 브랜드다. 롯데그룹은 애초 제품을 선보이면서 대규모 마케팅을 계획했으나 세월호 사태로 조용한 출시를 선택해야 했다.
미니스톱의 한 관계자는 “주류 신상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도입 후 1개월 시점의 취급률이 20∼30%인 반면, 클라우드는 60% 선을 넘어설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니스톱은 점주의 자율 결정으로 클라우드를 취급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내부 평가도 좋은 편이다. 우창균 마케팅담당 이사는 “세월호 사태로 클라우드를 제대로 알리지 못했는 데도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의 시장 안착에 하이트가 영향을 받고 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올해 초 빼앗긴 업계 1위를 되찾기 위해 하이트라는 브랜드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바꾸고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하이트의 부진을 놓고 업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클라우드가 하이트를 경쟁상대로 삼고 있어 클라우드가 약진하는 만큼 하이트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라우드는 물을 섞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이트는 좋은 물로 만든 맥주라는 이미지가 강해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이트진로가 20년 만에 하이트를 리뉴얼한 ‘뉴 하이트’를 출시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마케팅을 하지 못해 처음 출시된 클라우드보다 더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이트는 당장 적극적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선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의 클라우드 시장 진출로 하이트의 마케팅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게 하이트진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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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우드 맥주 |
물론 클라우드의 시장 안착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많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는 신제품의 맛이 궁금해 구매하는 경우가 있어 맛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초기구매 물량이 존재한다”며 “그 이후에 재구매가 이뤄지느냐가 중요한데 적어도 3개월 정도 지나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1분기 매출이 4092억 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06억 원으로 77.8%나 줄었다. 반면 클라우드를 출시한 롯데칠성음료는 1분기 매출이 5236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늘었고 영업이익도 396억 원으로 33.7% 증가했다.
맥주업계의 한 관계자는 “클라우드 맥주가 시장에 나온 뒤 3개월이 지난 판매실적이 맥주전쟁의 승자와 패자를 가려놓을 것”이라며 “하이트진로의 매출감소가 일시적 현상인지도 2분기 실적을 보면 알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