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규제 강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나오며 비트코인 시세가 반토막 났던 만큼 법정통화 허용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다.
엘살바도르 의회는 9일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당시 의회 재적 84명 가운데 62명의 찬성으로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이런 결정이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에 불씨를 지피기에는 현재로서 역부족으로 보인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기 위해 세계은행에 기술적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18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기 위해 기술적 지원을 요청했지만 우리는 지원할 수 없다"며 "비트코인 채굴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등 환경적 측면을 감안했을 때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구현을 지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적화폐로 채택하기가 쉽지 않아진 셈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비트코인 법정화폐 지정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제리 라이스 국제통화기금 대변인은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것은 거시경제, 금융, 법적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가상화폐는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효율적 규제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투자자산으로서 제도권에 편입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7일 반에크 자산운용사가 신청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증권거래위원회는 4월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 승인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6월로 미룬 바 있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가 승인되면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비트코인 시세 상승 요인으로 꼽혀왔다.
가상화폐와 관련한 각국 정부의 기조가 규제로 방향을 틀며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도 투자를 미뤄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4일 증권사 JP모건 보고서를 인용해 "비트코인시장에 기관투자자가 진입해 가격 상승을 이끌려면 시세가 일단 3만 달러 밑으로 하락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시세와 관련해 하락 전망이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 시세가 장기추세보다 저평가돼 있어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블로체인과 비트코인에 특화된 미국 투자회사인 판테라캐피팔이 14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비트코인 가운데 10%는 적정가치보다 500% 이상 높을 때 거래됐고 그 가운데 4%는 적정가치의 775% 이상인 지점에서 거래된 것으로 분석됐다.
적정가치보다 낮은 시점에서 매입한 비트코인은 전체의 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댄 모어헤드 판테라캐피탈 최고경영자는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에서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적정가치에 비해 36%나 낮게 형성돼 거래되고 있다"며 "시장 시세가 장기추세보다도 낮게 형성돼 있는 시기는 해당 자산을 구매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