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민권익위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불법거래 등 혐의를 받는 의원 12명 모두에게 자진탈당을 권유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이 자진탈당을 권유한 의원은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을 받는 4명(김주영 김회재 문진석 윤미향)과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을 받는 3명(김한정 서영석 임종성), 농지법 위반 의혹에 5명(양이원영 오영훈 윤재갑 김수흥 우상호) 등이다.
다만 비례대표인 윤미향·양이원영 의원은 자진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게 되기 때문에 이들에 관해서는 출당 조치가 내려졌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부동산투기에 관한 국민적 분노가 너무 크고 정치인들의 내로남불에 비판적 국민 여론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무죄추정의 원칙상 과도한 선제조치이지만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집권당 의원이라는 신분을 벗고 무소속 의원으로서 공정하게 수사에 임해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더불어민주당이 4·7재보궐선거 참패를 회복하기 위해 직접 꺼낸 카드인 만큼 송영길 대표로서는 의혹의 경중에 관계없이 ‘전원 탈당’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시선이 나온다.
특히 수사권 없이 진행된 조사결과일 뿐임에도 12명 의원의 실명과 혐의까지 모두 공개했다. 12명에는 같은 '86세대'로 평생의 동지인 우상호 의원도 포함됐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후 YTN방송에 출연해 “너무나 국민적 불신이 크고 내로남불, 부동산에 관해 국민들이 예민하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집권당의 외피를 벗고 탈당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고 소명자료를 제출해서 혐의를 깨끗하게 벗고 다시 당으로 돌아와주실 것 부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그동안 민주당을 둘러싼 ‘내로남불’ 시비를 넘어서고 부동산 부패의 고리를 끊으려는 의지를 과시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부동산 문제가 주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게 됐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쪽에 부동산투기에 관한 전수조사 부담을 떠넘긴 것이 가장 큰 실익이라고 볼 수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제살을 깎는 심정으로 권익위에 조사 의뢰를 결단했고 조사결과를 받게 됐다”며 “3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권익위가 민주당 의원들을 조사해 뭔가를 많이 찾아내면 우리도 기꺼이 조사받겠다’고 공언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국민의힘에도 부동산투기 전수조사를 결의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국민의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날 당장 소속 의원 102명 전원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하겠다고 발표했다. 권익위원장이 민주당 출신인 전현희 전 의원이라며 감사원에 조사를 맡겨야 한다고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법 제24조3항을 보면 감찰대상에서 '국회·법원·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의 직무'는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다. 감찰대상을 행정부 공무원에 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원천적으로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일 수 없다.
이 때문에 범여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감사원 조사를 고집하면서 시간끌기를 통해 유야무야 넘기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의 감사원 조사 주장을 두고 “감사원법상 국회의원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사원 조사가 아니면 어떤 조사도 못받겠다고 우기는 꼼수와 억지는 시민들의 화만 돋운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송 대표로서는 4·7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조국사태에 관한 사과까지 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비로소 야권을 상대로 공세를 취할 계기를 잡았다.
송영길 대표로서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전원탈당 조치를 결정한 것이 내로남불 이미지를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힘에 부동산투기 조사에 관한 부담을 안긴 셈이다.
11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국민의힘 다음 대표는 가장 먼저 부동산 전수조사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여론과 민심이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역시 부동산투기와 관련한 의혹을 씻어내지 못한다면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내년 대선은 '공정'이 키워드인 만큼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한다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