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2011년 남긴 말로 유명인사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물의를 빚을 때마다 소환된다.
 
정용진이 SNS으로 주는 '즐거움',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하지만 퍼거슨 전 감독의 발언 뒤에도 세계에서 SNS의 영향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 글로벌 SNS기업인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지난 10년 동안 10배 이상 커졌고 최근 미국에는 SNS에서 자주 언급되는 기업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출시됐다.

SNS에서 얼마나 회자되느냐가 기업가치 평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국내에서 SNS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영인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이마트 신제품을 알리고 개인적 일상도 올리며 재벌이지만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특히 정 부회장의 SNS는 젊은층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 부회장은 소위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B급 정서를 바탕으로 한 유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이 점을 ‘MZ세대’(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이 신선하게 느끼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는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컬레버래이션(협업)상품을 내놓는 등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은 MZ세대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어느 정도 계산된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이 최근 유튜브에서 소개한 스타벅스 음료 ‘나이트로 콜드브루’는 판매량이 급증하는 등 CEO 마케팅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SNS를 통한 소통은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키움히어로즈 구단을 향해 “발라버리겠다”고 말했는데 기업오너로서 경솔한 발언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또 5월26일 인스타그램에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글귀가 포함된 음식 감상평을 남긴 것을 두고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사 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NS를 통한 소통의 빛과 그림자를 정 부회장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최근 SNS를 통한 소통이 활발해지고 자기PR(홍보)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자신을 알리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그만큼 말 한마디의 중요성은 경시되는 분위기다. 다수를 상대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통로는 늘어났지만 오랫동안 생각한 뒤 나오는 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경영인이나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 글 한 줄은 영향력과 파급력이 일반사람들의 글이나 말과 크게 다르다.

미국에서는 매일같이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때문에 세계 가상화폐 시세가 출렁거리고 있다. 테슬라 주가도 머스크의 한 마디에 오르락 내리락해 머스크의 ‘말’이 테슬라의 최대 리스크라는 말도 나온다.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거침없는 말들을 쏟아내 한국의 일론 머스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최근 ‘말’이 기업의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 점도 닮아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연설문을 항상 꼼꼼히 검토하고 수정했는데 그 이유를 ‘글로써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말로써 정책이나 이념을 실현하려 했던 것인데 이는 나라가 아닌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인에게도 통용될 수 있다. 경영인들도 매년 신년사를 통해 기업의 비전이나 방향성을 제시한다.

정 부회장의 2021년 신년사 영상이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다. 한 개그 유튜브 채널에서 정 부회장의 신년사를 패러디한 것이 유명해지자 네티즌들이 영상의 원작을 찾기 시작하며 이른바 ‘역주행’을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 부회장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활동은 ‘밈(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콘텐츠 놀이)’으로도 활용되며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다. 정 부회장은 유통업에서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항상 강조하는데 스스로를 콘텐츠화하는 데 일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다.

정 부회장이 SNS라는 양날의 검을 좀 더 신중히 사용한다면 신세계그룹의 목표인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더 오랫동안 줄 수 있지 않을까?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