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이 기업공개(IPO)시장에서 트랙레코드를 쌓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한화투자증권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야 하는데 기업공개시장에서 부진이 길어지고 있어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공개시장에서 한화투자증권의 직상장 트랙레코드 공백이 더욱 길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2018년부터 바이오 벤처기업 하엘의 단독 상장주관사를 맡아 왔다. 하엘은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르면 2022년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하엘은 한화투자증권의 상장주관 경험이 적은 점을 우려해 기술성평가를 마친 뒤 상장주관사를 추가로 선정하거나 상장주관사를 대형 증권사로 교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1조 원을 넘은 중형증권사지만 기업공개시장에서는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2년 나노스의 상장을 단독주관했고 이후 2016년에 두산밥캣, 2018년에는 카페24와 에코마이스터의 상장 공동주관업무를 수행하는 데 그쳤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은 한화플러스1호스팩과 포장재기업 세림비앤지의 합병을 결정했다. 2017년 이후 4년여 만에 스팩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업무에 나서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은 나노스 상장 이후 9년 가까이 단독주관 트랙레코드가 없었던 만큼 하엘 상장을 통해 의미있는 트랙레코드를 추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하엘이 상장주관사와 관련해 변화를 꾀하면서 단독주관 트랙레코드 뿐만 아니라 상장주관사 지위마저 놓칠 수 있다는 걱정을 안게 됐다.
기업공개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역량을 강화하려는 증권사들 사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KB증권은 IPO담당부서를 4개 부서체제로 확대 개편했고 하나금융투자는 IPO3실을 신설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했다. 유안타증권도 기업금융본부에 기업공개 업무 등을 담당하는 ECM3팀을 신설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에 관심이 커지면서 대규모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공모주 열풍은 증권사의 기업금융부문과 리테일부문을 모두 강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올해 재연임에 성공한 만큼 한화투자증권의 실적 개선을 이끌고 그룹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권 사장은 2017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임기 첫해 순이익 557억 원을 내면서 흑자전환했다. 이후 순이익은 2018년 724억 원, 2019년 985억 원으로 늘었고 2019년 3월에는 연임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주가연계증권(ELS) 등 트레이딩부문 손실로 순이익 626억 원을 거두면서 역성장을 보였다.
증시 호조로 대부분의 증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컸다. 자기자본 1조 원 이상 증권사 가운데 순이익이 줄어든 곳은 한화투자증권이 유일했다.
실적이 기대이하를 보이자 권 사장의 연임을 놓고도 전망이 엇갈렸지만 올해 3월 두 번째 연임에 성공하면서 재신임을 받았다.
권 사장은 올해 1분기에 준수한 실적을 내면서 연임 임기의 첫발을 순조롭게 뗐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603억 원, 순이익 481억 원을 거뒀다.
2020년 1분기에 361억 원의 순손실을 낸 것과 비교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10년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다.
증시 호황으로 리테일부문 수익이 크게 늘었다. 브로커리지부문 수익은 53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2% 늘었고 자산관리부문 수익도 2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트레이딩부문도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베트남 법인이 출범 2년여 만에 흑자를 내는 성과도 거뒀다.
다만 기업공개를 포함한 인수 및 주선수수료 수익은 3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해 아쉬움을 남겼다. 2019년 1분기보다는 60%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