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2022년 개교를 준비하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의 입학전형을 놓고 전라남도에서 지역인재 특별전형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소수정예의 글로벌대학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지역인재 특별전형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지 않았지만 지역균형과 예산지원을 앞세우는 전라남도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전력 안팎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배제한 입학전형을 내놓으면서 전라남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최근 2022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을 발표했다.
단일학부인 에너지공학부를 모집단위로 해서 수시모집 90명과 정시모집 10명, 저소득계층과 농어촌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정원외모집 10명 등 모두 110명의 학부생을 선발한다.
이에 전라남도와 전라남도의회 등이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도입해야 한다며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인재 특별전형은 신입생의 일정 비율을 지역인재로 할당하는 선발 방식을 말한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총장과 5월18일 만나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나주만이 아니라 전남 전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이며 “지역 우수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도록 대학측에서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전라남도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으로 세워진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도 모집인원의 15%가량인 65명을 지역인재 특별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간다는 방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전라남도의회는 더 나아가 지역인재 특별전형이 도입되지 않으면 한국에너지공과대학에 예산지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혁제 전남도의회 예결위원장은 5월31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의 결정은 지방분권시대의 최대 화두인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행태다”며 “의회의 고유권한인 예산의결권을 이용해서라도 지역인재 특별전형 도입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전라남도와 나주시는 각각 해마다 100억 원씩 10년 동안 모두 2천억 원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 지원한다.
2031년까지 대학설립과 운영비로 1조6천억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전력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금액이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지역인재 특별전형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수정예의 우수인재를 육성해 개교 30년 안에 에너지분야 글로벌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모집정원 자체가 워낙 적은 상태에서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도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첫 번째 신입생 모집결과가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도입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합격자 가운데 지역인재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굳이 도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바라본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특별전형이 없더라도 지역에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 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지원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도입할 때 지역 우수학생들이 모두 지역인재 특별전형으로 지원해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지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전라남도 내부에서도 일단 신입생 모집결과를 지켜본 뒤 지역인재 합격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 지역인재 특별전형 도입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방법이 낫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 소속 한전공대설립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역인재 특별전형 도입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이번 입시 결과를 보면 지역인재 특별전형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