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일에 맞춰 임기를 마친 뒤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이 대표가 신한라이프에 남아 조직 안정화와 성장을 계속 이끌어갈 수도 있지만 인수합병 관련된 업무에 역량을 증명한 만큼 그룹 차원에서 더 큰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신한라이프 출범 뒤 이 대표의 거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7월1일 통합법인 신한라이프로 합병을 앞두고 있는데 이 대표는 같은 날 한시적으로 맡았던 오렌지라이프 대표 임기를 마치면서 물러나게 된다.
이 대표가 신한라이프의 성공적 출범을 준비하는 데 많은 공을 쌓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임기가 끝난 뒤에도 경영에서 물러나지 않고 다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6월 한 달 동안 대부분의 업무조직을 신한라이프로 합병한 뒤와 같이 실질적 통합체계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두 회사가 그동안 조직문화 융합과 업무 일원화를 위해 힘써온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예상보다 일찍 통합 업무체계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과거에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 실무를 담당하며 대형 금융회사 합병에 노하우를 쌓은 이 대표가 지난해부터 통합작업을 주도해 순조로운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까지 연달아 성공시키며 신한금융그룹 안에서 대형 인수합병 뒤 후속조치에 전문성을 인정받고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신한라이프가 출범한 뒤 이 대표가 계속 자리를 지키며
성대규 신한라이프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를 도와 조직 안정화 등 경영 전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이 대표 임기를 7월1일로 못박은 것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 임무를 마친 뒤 다른 역할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신한금융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임기가 모두 남아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당장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로 이동해 경영을 맡을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이 대표가 오렌지라이프로 이동하기 전까지 일했던 신한은행이나 신한금융지주로 이동해 기존의 역할을 계속 맡거나 새로운 보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신한금융그룹 안에서 인수합병 대상 물색이나 인수합병 뒤 조직 안정화 등에 관련한 역할을 새로 맡게 될 수도 있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이 모두 이 대표가 참여한 상태에서 이뤄진 만큼 신한금융지주에서 추진할 다음 인수합병 과정에도 이 대표의 역량에 기대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현재 손해보험사와 자산운용사, 해외 소매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인수합병 가능성을 활발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일할 때 신한은행에서 미래전략부장과 신촌중앙지점장 등 중요한 보직을 맡으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지주 대표에 오른 뒤에는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 본부장으로 일하며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과 관련해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았다.
이 대표가 당분간 조 회장의 참모 역할로 신한금융지주의 인수합병 등 업무에 참여한 뒤 다음 사장단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르는 등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이전부터 신한금융그룹 안에서 최고의 '브레인'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며 "역할이 기대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66년 태어나 신한금융 계열사 대표이사 가운데 나이가 젊은 편이고 해외사업과 디지털 분야에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 대표는 우선 7월까지 신한라이프 출범 관련된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며 "합병이 마무리된 뒤 역할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