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에서 언제쯤 첫 번째 신약이 나올까?
성영철 대표이사 회장은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로 20년 넘게 신약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자궁경부암 치료백신이 첫 번째 신약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제넥신에 따르면 올해 안에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GX-188E의 임상2상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조건부 품목허가는 상황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임상3상을 진행하는 조건을 걸고 임상2상까지의 결과만을 바탕으로 품목허가를 내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도를 말한다.
제넥신은 모두 60명의 말기 자궁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을 진행한다는 목표를 정해뒀는데 지금까지 50여 명 환자를 모집한 것으로 파악된다.
임상2상 중간결과만 놓고 봤을 때 GX-188E가 조건부 품목허가를 충분히 받을 것으로 제넥신은 기대하고 있다.
제넥신에 따르면 48명 환자를 대상으로 GX-188E와 글로벌제약사 머크(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를 병용투여했을 때 객관적 반응률(ORR)은 31.3%로 나타났다. 객관적 반응률은 종양의 크기가 3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을 말한다.
제넥신 관계자는 “환자 수가 많아진 만큼 지난번 임상 때보다 객관적 반응률이 다소 낮아졌지만 예상했던 범위 내에서 중간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성영철 회장은 자궁경부암 치료백신의 임상 진행에 더욱 속도를 내며 신약 개발을 향한 기대감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제넥신은 최근 중국 아이맵바이오파마 지분을 매각했는데 사실상 자궁경부암 치료백신과 코로나19 예방백신의 임상 연구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제넥신은 줄곧 영업손실을 내면서도 연구개발비로 해마다 400억 원 정도를 쓰고 있다. 손에 쥔 돈이 없으니 연구개발에도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제넥신은 19일 중국 아이맵바이오파마 주식 131만1천 주를 처분하며 대략 359억 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넥신의 2020년 연간 매출인 180억 원과 비교해도 규모가 훨씬 크다.
성 회장은 누구보다 자궁경부암 치료백신의 임상2상 결과에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비로소 제넥신에서도 첫 번째 신약이 나오느냐가 여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성 회장은 1999년 제넥신을 세우고 20년 넘게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신약 개발이 더욱 간절할 수 있다.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임상 진행국가가 다양하고 임상 환자 수도 3만 명에 이르는 만큼 자궁경부암 치료백신이 첫 번째 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바라본다.
다만 자궁경부암 치료백신이 제넥신의 첫 번째 신약으로 이름을 올린다 해도 당장 제넥신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제넥신의 GX-188E는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더라도 머크의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투여해야 하고 대상 환자범위가 16형 및 18형에 감염된 말기 재발성 및 진행성 자궁경부암 환자로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시장성에서는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 회장은 품목허가를 받은 뒤에도 GX-188E의 치료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제넥신 관계자는 “현재는 GX-188E의 기전을 입증해나가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며 “우선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효과가 확인되면 초기 항암치료로도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