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영입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권 입문이 늦어지자 김 전 부총리를 대안으로 검토하기도 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눈여겨 보고 있는 다음 대선주자’로 김 전 부총리를 꼽으며 야권 대선후보군으로 영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20일 당대표 출마를 알리며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안철수 대표 등 모든 가능한 야권 후보를 만나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부총리이 국민의힘으로 간다는 데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김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으로 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김 전 부총리 스스로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라며 '사람이 살아가는 데 신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과 달리 야당에 들어갈지 않을 것이라고 본 셈이다.
하지만 김 정 부총리가 민주당과 함께할 가능성을 놓고 이 의원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라면서 “정치인은 결국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는 도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김 전 부총리를 두고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많다. 문재인 정부 일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확실한 '내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여야의 손짓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 가능성이나 정치성향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그는 최근 복지정책과 관련해 ‘기회복지’ 모델을 제시하며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현금성 복지정책을 놓고 “소득수준이나 복지수혜에 관계없이 현금을 나눠주는 ‘현금복지’ 대신 혁신창업을 2배 넘게 늘리고 인적자본을 확충하고 강화하는 데 재정투입을 늘려 더 많은, 더 고른 기회를 만드는 기회복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쾌한 반란’ 이사장을 맡아 사회적기업, 청년 프로젝트, 농축산업 혁신 등을 지원하면서 청년층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5월 말경 자서전을 내며 대선 출마에 관한 구상을 밝힐 것으로 구체적 시나리오도 나온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가 ‘주연’ 보다는 ‘조연’으로 가 될 가능성도 나온다.
사실 그가 여당에 들어가면 당내 기반이 없어 대선후보 경선의 불쏘시개에 머물 수 있다. 국민의힘 쪽도 더욱 그렇다. 이에 제 3지대에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모델을 추구할 수 있지만 거기엔 윤석열 전 총장이 버티고 있다. 모두 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김 전 부총리가 이재명 경기도 지사 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돕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지지하는 현역의원이 아직 있는 것도 아니어서 섣불리 대선주자로 거론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자칫 여야 어디에서든 불쏘시개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어 오히려 대선주자보다 캠프에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내년 대통령선거도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일부 대기업과 금융권 등은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경제적 약자들의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분배와 성장 모두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하지만 기본시리즈를 통해 분배에 방점을 찍은 경제정책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성장에 관한 경제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기회복지 모델을 제시한 김 전 부총리의 역할이 더욱 요긴한 셈이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로 1년 반 동안 경제정책을 총괄한 '경제 전문가'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경제 쪽 약점이 더 크다. 20년 넘도록 오직 검사로 지낸 만큼 경제정책과 관련한 아무 것도 보여준 것이 없다.
윤 전 총장이 경제정책의 큰 방향조처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부총리가 힘을 보탠다면 유력한 우군을 얻은 셈이다.
게다가 김 전 부총리가 분배정책과 관련해 이 지사 등 여권 대선주자와 달리 현금복지가 아닌 기회복지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윤 전 총장 쪽에 조금 더 가까울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 김 전 부총리의 1월 발언이 다시금 주목을 끈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알리는 입장문을 통해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진영논리를 깨는 상상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이제는 우리 정치에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짜는 ‘경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사회변화의 기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