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사장으로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선임돼 차관의 무게감으로 한국전력의 현안을 속도감있게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가 지난해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 일한 경험은 한국전력 사장으로 전기요금 인상과 신재생에너지발전 직접 참여의 해법찾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정 내정자는 28일 전라남도 나주시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관련 법령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제청을 거친 뒤 대통령의 최종 임명을 받아 한국전력 사장에 취임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정 내정자의 사장 취임식은 6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31일에 업무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가 한국전력 사장으로 취임한 뒤 가장 먼저 맞닥뜨릴 숙제는 3분기 전기요금 인상문제다.
한국전력은 올해부터 전기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연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정부가 물가 상승을 고려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전력은 최근 연료비 상승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없었다.
정부가 3분기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한다면 한국전력은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으로 안정적 실적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료비 연동제가 확실히 정착되기 전까지 한국전력의 실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장 2분기부터 연료비와 전력도매가격(SMP) 상승 영향이 본격화돼 영업이익은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가 최근까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차관으로 일했던 점은 한국전력 실적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기요금 문제를 협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냈다. 하지만 공직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에 한국전력 사장에 취임했기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와 연결고리가 느슨했다.
반면 정 내정자는 지난해 11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 일했기 때문에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원활한 협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정 내정자는 한국전력을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직접 참여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를 위해 전력구입과 송배전사업을 맡은 한국전력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정 내정자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일할 때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입안해 관련 정책에 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은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발전 사업을 이끄는 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발전 사업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국전력과 같은 규모있는 공기업이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민간발전회사들이 한국전력의 직접참여가 기존 사업영역의 침해로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업무조정과 역할분담 등이 빠르게 해결돼야 한다.
정 내정자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들어선 뒤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팀장, 에너지산업정책관, FTA(자유무역협정)정책관, 무역투자실장 등을 역임하며 승진이 빨라 ‘잘 나가는 관료’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6년 에너지자원실장으로 발탁된 지 한 달 만에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무리한 정책 추진에 항의표시로 사표를 내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2018년 1월부터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 일했다. 2018년 9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 근무했다.
정 내정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일본 수출규제 대응, 에너지전환정책 등 주요 현안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