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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류세를 내려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대일주유소에서 사단법인 한국주유소협회 임원들이 '과도한 유류세 바로 알리기 운동 개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승용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올해 6월까지 인하하기로 하면서 기름에 붙는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서 열린 바이오 연구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개별소비세는 한번 인하한 뒤 다시 올릴 수 있지만 유류세는 그러기 어렵지 않냐”며 유류세 인하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 부총리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는 단기 효과도 있고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유류세는 내리고 다시 올릴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 하락을 반영하지 못하는 유류세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세금은 종가세(從價稅) 형태로 부과되는 것이 보통이다. 물건값이 오르면 세금을 더 많이 내고 반대로 물건값이 떨어지면 세금도 줄게 된다.
하지만 유류세는 이와 반대다. 값이 내리면 소비가 늘어나 세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는 유류세가 종량세(從量稅)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류세는 1996년부터 부과되기 시작했는데 국제 유가 등락과 무관하게 휘발유 1ℓ당 교통세와 교육세,주행세 등을 합쳐 745.89원(경유는 528.75원)이 무조건 부과된다. 여기에 원유 수입에 붙은 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 부가가치세 등이 더해진다.
국제 유가와 상관없이 휘발유 소비자들은 무조건 ℓ당 750원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현행 유류세 방식으로는 국제 유가가 ℓ당 10달러 선으로 하락해도 국내 기름값은 1천원 이하로 떨어질 수 없는 구조다.
미국의 경우 휘발유 1ℓ에 부과하는 세금은 우리돈 150원에 불과하다. 이웃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유류세는 30% 이상 비싸다.
유류세가 변화된 시대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는 원래 사치성 소비에 대한 중과세를 목적으로 한 특별소비세였다. 유류세 도입 당시엔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 기름소비를 사치성 소비로 간주했다.
하지만 가구당 한 대꼴로 자동차가 대중화된 지금도 유류세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연구실장은 "유류세는 명칭과 목적 변화에 따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고 교육세와 주행세 등이 추가됐을 뿐 자동차가 사치품에서 생활필수품으로 변모된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반대하는 것은 막대한 세수 때문이다.
부가세를 제외하고도 2015년 정부가 거둔 유류세 수입은 20조 원이 넘는다. 이는 2014년 전체 근로자의 98%에 해당하는 연봉 1억 원 이하 임금생활자에게 걷은 근로소득세보다 7조 원이나 더 많다.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유류세를 과다 징수해 서민경제를 힘들게 한 뒤 서민들 살리겠다고 거둔 세금을 다시 복지비용으로 쓰는 것보다 유류세를 적절하게 거둬 병폐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제 유류세를 대폭 인하해야 할 때가 왔다”며 “유류에 붙는 세금이 다른 물품세와 비슷한 수준이 될 때 소비는 증가할 것이고 경제 형편은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