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호 하나은행장(왼쪽)이 11일 이승원 넷마블 대표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적 제휴 협약식을 맺고 있다. <하나은행> |
“게임에 익숙하고 디지털을 선호하는 MZ세대를 위해 다양한 디지털 혁신서비스를 제공하겠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넷마블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한 말이다.
박 은행장이 하나은행을 생활 속 디지털은행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게임과 유튜브 등을 활용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게임에 자산관리서비스를 접목하거나 20~30대가 관심이 많은 유튜브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하나은행의 지속가능성장을 이끌 MZ세대를 모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2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박성호 은행장은 11일 넷마블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하나은행이 최초로 게임회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사례를 남겼다.
하나은행은 2020년 SK텔레콤 산하 e스포츠구단인 T1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적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게임회사와 각자의 분야를 결합해 시너지를 추진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과 게임회사의 업무협약은 은행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반 년 전 신한은행과 넥슨의 업무협약에 이어 두 번째다. 그만큼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이번 업무협약식에는 박 행장이 참석했다. 3월 취임한 박 행장이 공공이 아닌 민간기업과 업무협약을 맺는 자리에 직접 참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박 행장이 이번 업무협약에 상당한 의지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말하는데 이제 대부분 성인이 됐다. 금융권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핵심 고객층이지만 대다수는 기존 금융권보다 IT·핀테크기업에 더욱 익숙하다. 박 행장이 미래 손님을 잃지 않기 위해 게임회사와 손잡는 일도 마다하지 않은 이유다.
박 행장은 취임사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변화와 혁신의 시작점이자 지향점은 모두 사람이 돼야 한다”며 ‘손님 생활 속 디지털은행’이 되겠다는 전략방향을 제시했다. MZ세대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게임분야와 손잡은 것도 이런 전략과 맥을 함께 한다.
하나은행은 넷마블 게임과 접목한 신규 자산관리서비스를 하반기 안에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한은행과 넥슨의 협력이 아직까지 게임대회 스폰서십 정도로만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더 진전된 구상을 내놓은 셈이다.
하나은행은 T1 선수단, 하나금융그룹 골프단 등 이미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게임과 접목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게겠다는 것도 이런 노하우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MZ세대를 향한 박 행장의 의지는 하나은행 공식유튜브 채널 하나TV에서도 나타난다.
박 행장 취임 후 하나TV는 MZ세대를 대상으로 소원을 이뤄주는 ‘하?나만 없어’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했다. 또 유명 유튜버 핏블리가 등장해 직장인 운동법을 알려주거나 사회초년생의 재테크와 소비법을 담은 영상 등을 올리며 MZ세대의 눈길 잡기에 나섰다.
5월 말부터는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선발하는 스마트홍보대사도 활동에 들어가 MZ세대와 소통의 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생인 이들은 6개월 동안 하나은행 등 그룹 관계사와 연계해 활동하는데 24일 발대식이 열린다.
MZ세대 공략은 하나금융그룹의 공격적 ESG경영 기조와도 무관치 않다. 박 행장의 MZ세대 유치 노력이 더욱 중요한 까닭이다.
MZ세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지만 사회·환경 등의 문제에 민감해 ESG경영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 가운데 ESG 책임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95%로 일반인(85%)보다 10%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ESG금융 규모를 60조 원으로 늘리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과 석탄프로젝트금융을 제로(0)로 만드는 ESG경영목표를 수립했다.
이러한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MZ세대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이들로부터 지속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