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서 최고인사책임자를 역임하는 등 외국계 기업에서 인사업무만 30년 가까이 한 최영미 전 전무에게 얘기를 들어본다.
■ 방송 : Job Is ?(자비스)
■ 진행 : 이영미 부사장 (커리어케어 글로벌 사업본부장)
■ 출연 : 최영미 전 홈플러스 최고인사책임자(CHRO) 전무
이영미 부사장(이하 이): 최영미 전무님 나오셨습니다.
최영미 전 홈플러스 최고인사책임자 전무(이하 최): 안녕하세요. 최영미입니다.
이: 외국계 기업의 근무 환경이라든지 장점에 대해 많이 아실 것 같은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 외국계 기업은 채용할 때 한 사람의 직무기술성을 놓고 채용을 시작할 때부터 왜 이 포지션이 필요한지,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면밀하게 봅니다.
일할 때도 일 자체가 아주 세분되어 있는데 그만큼 일할 때 전문성을 지닐 수 있는 측면이 큽니다.
이: 업무영역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고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게 주어지는 것은 외국계 기업만의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군요.
최: 국내 기업도 그런 추세로 가고 있긴 하지만 외국계 기업이 좀 더 잘 정리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본인이 어떤 성향을 지녔는지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세분된 업무를 통해 평가도 엄밀하게 이루어지는데 성과에 대한 평가에 따라 보상도 상당히 달라집니다. 전체적 제도도 그렇게 만들어져 있고요.
외국계 기업들은 통상 지사 형태로 한국에 나와 있습니다. 보통 매트릭스조직이라고 하는데 한국에도 상사가 있지만 외국에도 상사가 있습니다. 많을 때는 5~6명의 상사도 둡니다.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인종의 상사를 경험하다 보니 문화적 특징을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복잡하긴 하지만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면서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체계도 많이 이해하게 됩니다.
다양성 측면에서는 배울 것이 매우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국내 기업들이 여성인력을 차별하는 것과 비교해 외국계 기업에는 그런 문화가 없을 것이라는 시선도 상당한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최: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자율성이 많이 보장되지만 책임도 그만큼 큽니다. 맡은 일은 무조건 책임져야 하는 문화가 상당하기 때문에 성과를 내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또 다른 업무적 기회가 오는 것 같습니다.
이: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에는 성과의 문제로 사람을 바라보고 평가한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최: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이런 관점에서 자신있는 이들은 남녀 구분 없이 적극적으로 외국계 기업을 지원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최: 여성과 남성을 꼭 구별해야 한다면 보통 여성은 섬세한 성향을 보이잖아요. 커뮤니케이션할 때도 남성과 비교해 소통이 원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유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저희한테 문의하시는 이들을 보면 외국계 기업에 지원할 때 그런 것을 기대하더라고요. 싱가포르나 홍콩 등 본사로 이동하여 일할 기회가 다른 대기업보다 많지 않을까 하는 부분들을 궁금해 하더라고요. 어떤가요?
최: 그런 기회가 많죠.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외국계 기업들은 경영 스타일이나 문화, 업무처리 등의 방식이 하나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라 사이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람의 경영 스타일이나 업무 처리방식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시장은 다르죠.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스타일이 다르지만 인사업무를 놓고 봐서는 큰 차이는 없습니다.
본사를 원하신다면 한국 지사에서 경험을 쌓으시고 영어를 준비하면 외국에 나가서도 일을 잘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인들이 근면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시작하면 끝을 맺는 근성이 있기 때문에 아시아 쪽 본부에서 일한 사람들은 한국인을 선호합니다.
이: 좋은 기회들이 많이 열릴 수 있겠군요?
내부에서 포스팅이 열려서 어느 나라에 자리가 비면 그 자리에 지원하고 면접을 본 뒤 채용이 진행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요?
최: 보통 인터널 프랜스퍼(internal transfer)라고 부르는데요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 자리가 있어서 지원하려는 경우 싱가포르에 알고 있는 동료나 상사(멘토)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할 수 있고 이렇게 채용이 되기도 합니다.
본인이 회사에서 어떻게 일하고 어떤 관계를 맺어왔느냐에 따라 기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사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점은 영어 실력입니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도 괜찮겠냐는 생각인데 실제로 어느 정도로 영어를 해야 하나요?
최: 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업무가 다양하잖아요. 업무에 따라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영어를 거의 쓰지 않는 분야도 있습니다. 업무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기본적 영어 능력은 필요합니다. 대부분 대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읽고 쓰는 능력은 어느 정도 되잖아요. 문제는 소통입니다.
신입직원들을 보면 영어 능력을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습니다. 토익이 얼마라든지 토플이 얼마라든지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외국계 회사라고 해서 영어를 능통하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업무에 대한 파악입니다. 구체적으로 마케팅이나 인사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외국계 회사에서 인턴을 해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조직을 볼 때 바깥에서 보는 것과 내부에서 보는 것이 다르잖아요. 또 외국계 기업에 대한 환상들이 많은데 실제로 일해보면 굉장히 힘들게 일하고 있거든요. 성과를 내야만 하고 나에게 주어진 목표가 있고 늘 결과물에 대해 보고도 해야 하는 등 만만치 않습니다. 사람들은 힘든 것보다는 힘들지 않은 것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잖아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먼저 조직 안에 들어와서 어떻게 일하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력직원의 경우 한국계 기업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시는 분들은 잘 적응을 못 하시더라고요. 반대로 외국계 기업에서 한국계 기업으로 이직하는 분들은 적응을 잘합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멀티플레이어 같은 느낌이 납니다. 자기 일은 책임지는 자세로 일해야 하거든요.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사례를 보자면 파워포인트를 예쁘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어떤 내용을 담을지는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과거와 비교해 외국계 기업에 대한 선호나 위상이 약해진 느낌이 있습니다.
최: 제 생각에는 선호도가 줄었다기보다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전에는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진출할 때 연구개발 조직을 만들거나 공장을 뒀습니다. 세일즈 오피스까지 갖춘 회사들도 많았죠.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인건비가 올라가고 각종 규제가 많다 보니 기업의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나라에서는 기업 활동이 매우 자유롭거든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힘든 부분들이 많다 보니 투자하는 이들이 많이 떠나는 것 같습니다.
연구개발을 보자면 소프트웨어 강국인 인도에 진출하는 사례도 많고요. 인건비가 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나 동유럽에 공장을 이전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한국에 있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죠.
이: 기회가 줄어들다 보니 인사나 재무 등의 기능이 셰어드서비스(Shared service, 외부 고객을 만족시키면서 회사의 가치를 높인다는 공통의 목표 아래 다양한 내부 파트너들에게 더욱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회사 전체에 산재하여 있는 반복적 활동을 수행하는 자원을 한 곳으로 집결하는 것)로 바뀌고 있고 제가 보기에는 아시아 쪽에서 한국을 같이 보는 추세로 바뀌는 것 같은데 사실인가요?
최: 예를 들어 인사분야를 보면 갈수록 업무가 세분화되어갑니다. 예를 들어 콘텐츠만 하는 곳은 미국으로 배치하고 세미나룸을 예약한다든지 다과를 준비한다든지 하는 업무는 필리핀에 주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채용업무를 모두 외주한 적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2년 반 뒤에 내부업무로 돌리기도 했는데 일부는 중국에서 하고 일부는 인도에서 하고 일부는 한국에서 하는 방식으로 나눕니다. 일종의 서비스센터를 두는 식이죠.
외국계 기업은 업무를 제너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별로 나눠 분석하고 다시 그룹화한 다음 효율성 분석을 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합니다.
이: 마지막 질문인데요. 외국계 기업에서 인사업무의 메리트는 무엇인가요?
최: 제가 맡았던 업무는 인사(HR) 비즈니스파트너(BP)라고 했습니다. 임원진들과 전략을 짤 때 같은 위치에서 바라보고 비즈니스에 어떤 식으로 도움을 드릴지 고민했습니다.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할 때 조직구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조직 설계를 하는 것이죠.
그 조직에 따라서 어떤 직무를 포진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지 생각하고 어떤 스펙의 사람들을 자리에 앉혀야 할지 고민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인사업무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사람을 뽑고 임금을 주고 임금을 분석하고 교육을 하는 업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포함된 업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인사는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씀 감사드립니다. 자비스는 여기까지입니다.
2부에서는 최 전무와 같이 HR업무를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채널Who 남희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