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은 온라인증권사로 시작해 획기적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저렴한 매매수수료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2005년부터 16년째 위탁매매 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2021년 1분기 키움증권의 개인투자자 주식위탁매매 점유율은 30% 정도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토스증권 역시 저렴한 위탁매매 수수료와 편리한 거래시스템을 강점으로 빠르게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두 회사의 사업모델에 유사한 부분이 많은 만큼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이 고객유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토스증권은 편리하고 안정적 거래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 부분은 고객유치 경쟁에서 키움증권보다 강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토스증권의 장점은 별도의 앱 설치없이 기존 토스앱으로 거래할 수 있고 토스와 연계성이 높다는 점”이라며 “토스증권의 시스템은 다른 증권사 시스템에 비해 시각적으로 단순해 거래가 편하고 리서치 자료도 쉽게 설명됐다”고말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거래시스템 장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국내 주요 증권사 시스템장애 발생현황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2018년부터 2020년 3분기까지 온라인거래시스템 장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증권사로 나타났다. 이 기간 주요 증권사 10곳에서 모두 52건의 시스템 장애사고가 발생했는데 키움증권이 17회로 시스템 장애가 가장 잦았다.
이에 더해 키움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은 홈트레이딩시스템에 비해 사용자 편의성이 현저히 낮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주식시장에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을 이용한 거래 비중은 이미 2019년부터 홈트레이딩시스템을 이용한 거래를 앞지른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거래시스템의 중요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만큼 키움증권의 모바일시스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 역시 이현 사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토스증권은 15일 모바일 주식거래서비스를 공식 출시한 지 한 달만에 신규계좌 수 100만 개를 넘겼다.
이에 더해 2거래일 뒤인 19일에는 신규계좌 수가 200만 개를 돌파했는데 단 이틀 만에 100만 명의 신규고객이 유입된 것이다.
토스증권이 이런 추세를 이어간다면 토스증권과 비슷한 모델인 온라인거래 중심의 키움증권으로서는 기존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도 있다.
다만 키움증권이 2000년 출범해 20년이 넘는 업력을 지닌 반면 토스증권은 이제 갓 출범한 신생회사이기 때문에 두 회사를 대등한 경쟁관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규모만 놓고 봐도 키움증권의 자본은 2조5천억 원이 넘는데 토스증권은 720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키움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신용거래 등 신용공여 이자수익으로 낮은 수수료수익을 만회하고 있는데 증권사의 신용공여규모는 자본금 규모와 비례한다.
아직은 토스증권의 신용공여 한도가 매우 낮은 만큼 당장 키움증권에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토스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한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미 모바일금융 플랫폼 '토스'를 통해 편리한 사용자경험을 선보이며 금융시장에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사용자를 늘린 강점을 보인 바 있다.
토스를 통해 모바일금융 플랫폼사업에서 내공을 길러온 셈인데 그동안 쌓은 노하우가 토스증권에 적용되면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여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규모면에서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젊은층에서 모바일 플랫폼 토스가 빠르게 확산된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며 "이현 사장으로서는 토스증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