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공익을 위해 알뜰주유소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유사와 민간주유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유류의 양은 50억 리터로 지난 공급계약 때 보다 72%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알뜰주유소의 비중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 서울 시내 한 알뜰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주도해 2011년 12월부터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시작된 사업이다.
국제유가가 2008년에는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다가 30달러대까지 떨어졌고 이후에 다시 올라 2011년에 배럴당 110달러대를 보이는 등 심한 등락을 보이자 시장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석유공사가 농협경제지주,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공동구매 형식으로 정유사로부터 낮은 가격에 유류를 구입한 뒤 각자의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
현재 2019년 7월 맺어진 6차 공급계약에 따라 중부지역은 SK에너지, 남부지역은 에쓰오일이 알뜰주유소에 유류를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정유업계의 업황이 악화되면서 알뜰주유소에 유류를 공급하는 일이 정유사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정유사들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4월 둘째 주 들어 배럴당 2.1달러가 됐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배럴당 4~5달러대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제마진 악화는 정유사의 실적에도 그대로 영향을 줬다. 지난해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손실은 모두 4조6천억 원 정도다.
정유 제품의 수요 흐름도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석유 소비량은 2019년보다 5.8% 줄어든 8억7811만 배럴이다. 2015년 이후 최저치다.
게다가 정부에서 탈탄소,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정책기조를 정한 만큼 앞으로 석유 관련 제품들의 수요가 힘을 받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체 원유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육상용 원유수요는 전기차의 예상보다 빠른 시장침투에 따라 구조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라며 “구조적 감소를 뛰어넘는 공급 축소규모가 결국 업종의 장기 수익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유사가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낮은 단가로 공급해야 하는 알뜰주요소가 늘어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1년 3월 말 기준으로 전국 영업주유소 수는 1만1304곳이고 이 가운데 알뜰주유소는 1239곳이다. 알뜰주유소의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포인트 높아져 처음으로 11%를 넘었다.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알뜰주유소를 놓고 주유소업계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2월 정기총회에서 올해 최우선 중점사업으로 알뜰주유소 전면 재검토 또는 폐지를 요구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석유유통협회는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폐지하고 이를 일반주유소의 전업, 폐업 지원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정훈 석유유통협회 회장은 “알뜰주유소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주유소 전업, 폐업 지원 등 석유사업자의 이익과 권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유소 사업자들은 막대한 폐업비용으로 문을 닫기도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거대한 기름탱크 때문에 폐업할 때 토양오염을 정화해야 하고 시설 철거비도 따로 들어 주유소 한 곳의 폐업비용만 1억~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막대한 폐업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휴업을 선택하고 흉물처럼 방치된 주유소도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휴업을 신고한 주유소는 517곳에 이른다.
한국주유소협회 전라북도회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석유공사의 자영주유소 죽이기정책의 희생양이 될 수 없으니 차라리 전북에 있는 자영주유소를 모두 알뜰주유소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