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NH농협생명은 설계사 조직보다 농협창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영업조직을 분리할 때 드는 비용과 전속 설계사를 유지하는 비용을 비교해봐야 한다는 시선이 있다.
12일 NH농협생명에 따르면 중장기 영업전략의 하나로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채널 효율화 방안 가운데 한가지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본격적으로 추진 방안이나 세부사항이 논의된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NH농협생명의 판매자회사 설립을 놓고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해 4분기 제판분리 이슈가 불거지자 영업부문 선진화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화생명은 제판분리를 공식화하고 이달 1일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인 한화생명금융서비를 출범시켰다. 한화생명 전속설계사 2만여 명이 한화금융서비스로 옮겼다.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이 제판분리를 실행해 옮기면서 김인태 사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판매자회사 설립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NH농협생명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설립한다면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에 이어 세 번째로 판매자회사를 세우게 된다.
NH농협생명은 미래에셋생명이나 한화생명처럼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설립해 설계사 조직을 이동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 등 손해율 반영이 가능한 손해보험사와 달리 생명보험사는 장기계약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운용자산을 굴려 수익을 내야 하는데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다보니 수익성에 타격이 더 크다.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들이 조건이 좋은 대형 법인보험대리점이나 손해보험사로 이탈하는 문제도 제판분리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결국 비용은 줄이면서 영업력도 유지하기 위해 생명보험사들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세우는 데 적극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른 중소형 생명보험사들도 법인보험대리점 시장에 힘을 실으며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ABL생명은 이달 들어 판매자회사인 ABA금융서비스의 본사를 확장이전하고 설계사를 현재 800여 명에서 1천 명가랑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생명은 최근 대형 독립 법인보험대리점인 리더스금융판매의 일부 사업부를 양수하며 자사 법인보험대리점인 신한금융플러스 설계사들을 충원했다.
신한금융플러스는 기존 100여 명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리더스금융판매 설계사 3천여 명을 영입했다. 신한금융플러스는 상반기에 4천 명까지 설계사를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라이나생명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인 라이나금융서비스의 몸집 키우기도 예상된다.
라이나금융서비스는 지난해 말 리더스금융판매의 사업부 2개 조직을 인수하려했으나 조건 등이 맞지 않아 영업양수도 계약이 결렬된 바 있다.
다만 NH농협생명이 제판분리를 추진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한정적일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NH농협생명은 다른 보험사들과 달리 방카슈랑스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제판분리를 진행하게 되면 판매자회사 설립 및 유지에 드는 비용이 비용절감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NH농협생명이 거둔 초회보험료 5886억 원 가운데 지역농협을 포함한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는 5480억 원(93%)으로 집계됐다.
그 외 대리점채널의 비중이 4.3%, 전속설계사는 2.5% 등이다. 대다수 상품이 NH농협은행 및 농·축협 조합 창구를 통해 판매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통한 비용 절감은 설계사 조직이 클수록 효과가 크다”며 “방카슈랑스 비중이 높은 농협생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현대해상처럼 외부에서 설계사를 더 모집해 영업채널을 확대하는 방안방안을 내놓을 수 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