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노리고 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굳건한 2강체제를 이어왔는데 이 사장은 보수를 낮추고 상품을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9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지수추종 상장지수펀드에는 최저수수료 정책을 적용하면서 연금투자자를 비롯한 장기투자자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최근 KB자산운용은 세계 최저수수료를 표방하며 'KBSTAR미국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ETF'와 'KBSTAR유로스톡스50ETF'를 출시했다.
KBSTAR미국S&P500ETF는 다우지수와 함께 미국 우량주를 대표하는 S&P500지수를 추종한다. KBSTAR유로스톡스50ETF는 유로존의 핵심우량주 50종목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두 상품의 연간 총보수는 0.021%로 동일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 중 세계 최저 수준이다. 총보수 가운데 사무관리보수는 0.009%, 수탁보수는 0.01%, 판매보수 및 운용보수는 0.001%다.
새상품 출시로 최저보수 전략을 적용한 KB자산운용의 ETF 상품군은 5개로 늘었다. 앞서 KB자산운용은 2월 코스피200, 코스피200TR, 나스닥100 상장지수펀드 보수도 최저수준으로 인하한 바 있다.
대형지수 S&P500, 나스닥100, 코스피 등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은 비교적 안정적 수익률을 보여 장기투자자의 수요가 높다. 이에 따라 KB자산운용은 이들 상품에 최저수수료를 적용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이 새로 내놓은 두 상품에 적용하고 있는 총보수율 0.021%을 적용하면 1천만 원을 투자한다고 했을 때 수수료는 1년 2천 원, 5년 1만2천 원, 10년 2만7천 원에 불과하다. 이는 연간투자수익률 5%, 이익금 재투자를 가정할 때의 수치다.
3월 말 KB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 순자산총액은 3조3769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순위는 삼성자산운용(50.1%), 미래에셋자산운용(27.3%)에 이은 3위로 변동이 없지만 올해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이 2월부터 수수료 인하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친 효과를 본 것이다. 2월 코스피200, 코스피200TR, 나스닥100 상장지수펀드의 수수료를 인하한 이후 한달여 만에 KB자산운용의 세 상품에 2천억 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까지만 해도 전체 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KB자산운용의 순자산 비중은 6%대 중반을 오가는 수준이었다.
올해들어 ETF조직을 강화하고 최저수수료 정책 위주로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1월 점유율 6.4%에서 2월 말 7.1%, 3월 말에는 8%대까지 치솟았다.
이 사장은 올해부터 기존 ETF운용본부를 ETF&AI본부로 격상시켰다. ETF&AI본부는 ETF운용실과 ETF전략실, 기획실 등으로 세분화된다.
ETF운용실을 이끄는 차동호 실장은 최근 KB자산운용이 최저수수료 정책을 펼치며 내놓은 코스피200, 코스피200TR, 나스닥100, KBSTAR미국S&P500, KBSTAR유로스톡스50 등 5개 상장지수펀드를 포함해 85개 펀드를 책임운용하고 있다.
차 실장은 작년까지 ETF운용본부 팀장을 지내다가 올해 운용실장으로 승진했다.
이 사장은 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상승기세를 이어가 단기적으로 10%대 점유율을 이루고 향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굳건한 2강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지수추종상품은 수수료를 낮춰 고객을 확보하고 다양한 테마의 주식형 액티브 상장지수펀드 출시를 준비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