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 카이저’를 출시하며 국내 고급자동차 시장 공략에 시동을 다시 건다.
체어맨 카이저는 기존 체어맨W에 고급사양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체어맨의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면서 이름에 변화를 줘 신차효과를 누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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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식 쌍용차 사장. |
20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가 올해 중반에 체어맨 카이저를 선보인다. 카이저는 독일어로 ‘황제’를 의미한다.
쌍용차는 지난해 9월 카이저의 상표권 등록도 마쳤다.
체어맨 카이저는 완전한 신차가 아니라 체어맨W의 고급형에 속하는 상품성 개선 모델이다.
하지만 새로운 이름을 달고 나오는 데다 쌍용차가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첨단기술을 대거 탑재하기로 한 만큼 체어맨의 노후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가 체어맨 카이저를 출시하는 이유는 국내 고급차시장에서 마냥 손놓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급자동차 시장은 판매량만으로 보면 그리 크지 않지만 가격이 비싸 수익성이 높다. 고급자동차 판매량은 자동차회사의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국산 고급차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독식하고 있다.
쌍용차는 그동안 체어맨W를 통해 이 시장을 공략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1290여 대의 체어맨W를 파는 데 그쳤다.
지난해 현대차 에쿠스와 기아차 K9이 각각 5천여 대, 4천여 대 팔린 점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현대차가 지난해 말 제네시스 EQ900을 선보이면서 국내 고급차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제네시스 EQ900은 최근까지 1만5천 대 이상 주문을 받는 등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체어맨 카이저가 출시되면 제네시스 EQ900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는 1993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기술제휴를 맺은 뒤 1997년 체어맨을 출시했다.
체어맨은 현대차에서 에쿠스를 내놓기 전까지 국내 고급차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러나 2009년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후속 모델에 대한 개발과 투자가 지연됐고 한동안 신차가 나오지 않으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점점 잊혀졌다.
쌍용차가 2011년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되면서 안정을 되찾은 뒤에도 체어맨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체어맨은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덕분에 잠시 존재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체어맨을 업무용 차량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이 지난해 8월 알려졌기 때문이다. 체어맨은 9월 판매량이 8월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이재용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