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원 흥국생명 대표이사가 배구단 선수의 학교폭력 사태와 보험금 부지급률 1위 등으로 실추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고객 신뢰를 높이는 데 고삐를 죈다.
박 대표는 흥국생명의 이미지 회복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면서 성장기반을 다지는 데 힘을 기울인다.
30일 흥국생명에 따르면 박 대표가 배구단 선수의 학교폭력 논란 등으로 어수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다잡고 기업 이미지와 조직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박 대표는 29일 정식으로 취임했지만 지난해 말 대표에 내정된 뒤 경영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올해 들어 ‘피플앤컬쳐 랩’ 테스크포스(TF)를 발족해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소통문화 확산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기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월8일에는 새해 인사와 포부를 담은 영상을 통해 회사의 목표와 함께 팀별 현안과 전략 방향 등을 공유하며 비대면시대에 맞춘 임직원 소통 강화에 나섰다.
박 대표는 취임사에서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흥국생명은 2월 암보험의 새 TV광고모델에 배우 김석훈씨를 내세웠다. 김석훈씨가 오랜 기간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한 만큼 고객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 대표도 직접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챌린지’에 참여하며 기업 이미지와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해 앞장섰다.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챌린지는 어린이 보호 최우선 문화를 정착시키고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진행하고 있는 릴레이 캠페인이다.
흥국생명은 여자 프로배구단에서 불거진 스포츠계 학교폭력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스포츠계를 넘어 사회문제가 된 만큼 신뢰가 중요한 보험사로선 타격이 크다.
더욱이 최근 흥국생명의 모기업인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이 차명주식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아 국민의 눈초리가 따가운 상황에 놓여있다.
생명보험사 가운데 고객의 보험금 지급청구를 가장 많이 거부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흥국생명의 보험금 부지급률은 1.63%로 가장 높았다. 전체 청구된 1만3천여 건 가운데 228건이 지급되지 않았다. 생명보험사 전체 보험금 부지급률은 0.9%였다.
흥국생명은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청구건수 자체가 적어서 조금만 부지급이 생겨도 비율이 크게 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구건수가 비슷하게 1만 건대 초반이었던 미래에셋생명이나 AIA생명은 0%대 부지급률을 보였다.
박 대표는 기업 이미지 개선과 함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흥국생명은 올해 디지털혁신팀을 신설하고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사회로 빠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업무 전반의 비대면 및 디지털화를 추진한다.
현재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보험업무 전반에 적용 및 확대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하나로 진행한 로봇프로세스 자동화(RPA)는 16일 1차사업을 마무리했다. 4월부터 2차 확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로봇프로세스 자동화는 사람이 컴퓨터로 하는 단순반복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자동화하는 솔루션이다.
흥국생명은 로봇프로세스 자동화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임직원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힘을 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흥국생명 지난해 순이익 359억 원을 거뒀다. 2019년보다 50.82% 감소했다. 생명보험사 전체 순이익이 10.9%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 및 지급보험금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말 대표이사로 내정돼 29일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1962년 경상남도 사천에서 태어났다. 진주고등학교를 마치고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삼성화재에 입사해 경영관리팀장을 거쳐 삼성화재손해사정서비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6년 4월 흥국화재로 자리를 옮겨 같은 해 10월 흥국생명 경영기획실장을 맡았다. 2016년 12월부터 2019년까지 고려저축은행 대표이사를 지낸 뒤 지난해 1월부터 흥국생명 기획관리본부장을 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