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최근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현대그룹 계열사를 지원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증권은 현재 현대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매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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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29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현대엘앤알주식회사가 발행한 610억 원어치의 무보증 사모사채를 전액 인수했다.
현대엘앤알은 현대증권에 반얀트리호텔(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에 대한 공사대금채권과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 발행 보통주 및 상환우선주, 외환은행 예금채권 등을 담보로 제공했다.
현대엘앤알은 현대그룹이 2012년 반얀트리호텔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다.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등 4개 회사가 총 900억 원을 현대엘앤알에 출자했다. 최대주주는 현대상선으로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매각을 앞둔 현대증권이 현대그룹 계열사 지원에 동원되자 업계는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의지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현대그룹은 작년 말 현대증권을 포함한 3개의 금융계열사를 매각해 3조3천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산업은행이 자문사로서 매각작업을 수행중이다.
또 가치가 의문시되는 주식을 담보로 수백억 원대 사채를 인수했다는 자체도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엔앨알은 2년 동안 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640%, 누적결손금은 327억 원에 이른다.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현대증권은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현대유엔아이의 유상증자에 200억 원 규모로 참여했고 지난 3월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에도 62억 원 규모로 참여하는 등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당시에도 현대증권은 현대유엔아이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데 대해 부실위험이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대유엔아이의 총자산이 507억 원, 순자산가치는 217억 원에 불과해 200억 원이라는 유상증자 규모가 회사 모에 비해 지나치게 큰 수준이라는 것이다.
매각대상인 현대증권이 현대유엔아이의 지분을 인수하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각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이는 현대그룹의 자구계획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대증권이 최근 6개월 동안 3개 계열사에 지원한 금액은 총 872억 원으로 올해 1분기 매출액의 16%에 달한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증권의 계열사 지원이 자본시장법상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이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검토결과 특수관계인 등에 대한 현대증권의 지원규모가 자기자본의 8%를 넘지 않기 때문에 아직 관련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이번 사채 인수건이 법과 절차상으로 문제가 없고 투자 개념”이라며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 매각이 이뤄진다면 바로 회수가 가능해 오히려 윈윈(win-win)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반얀트리호텔)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