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기찬 삼성라이온즈 대표이사 사장이 2020년 12월14일 삼성라이온즈와 계약한 오재일 선수에게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2를 전달하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
2021년은 삼성그룹 프로스포츠단이 그동안 부진을 털고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는 원년이 될 수 있을까?
여자프로농구단 삼성생명블루밍즈가 쏘아올린 우승의 좋은 기운을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원기찬 삼성라이온즈 대표이사 사장과 이준 수원삼성블루윙즈 대표이사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원기찬 삼성라이온즈 사장은 삼성그룹 노조와해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유죄가 확정된 이후에도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월 재판 결과가 나온 뒤 원 대표의 KBO 이사회 활동을 금지했다. 하지만 삼성라이온즈는 대표이사를 교체하지 않고 정홍구 제일기획 전무를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해 KBO 이사 활동을 맡기는 쪽을 선택했다.
그만큼 대표이사이자 구단주로서 원 사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원 사장은 2월에만 두 차례나 스프링캠프를 방문해 선수들과 소통하며 사기를 북돋는 모습을 보였다.
원 사장은 30년 가까이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면서 오너일가의 신뢰를 받았다는 말을 듣는다. 금융사 삼성카드 대표이사에 선임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20년 3월 원 사장이 삼성라이온즈 대표이사로 취임했을 때 모기업의 지원을 발판으로 구단을 재건할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받았다.
실제로 삼성라이온즈는 지난해 삼성계열사에서 광고수입 292억 원을 올려 2019년 242억 원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원 사장 취임 첫 해인데다 현장지도자인 허삼영 감독 역시 취임 첫 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삼성라이온즈는 지난해 5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올해는 기대가 더 크다.
3년 만에 외부 자유계약(FA)선수인 오재일 선수를 영입해 전력의 약점을 채웠고 원 사장이 새로 도입한 목표형·도전형 등 신연봉제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10월 프로축구단 수원삼성블루윙즈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준 부사장도 올해 첫 시즌을 맞아 축구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할지 주목받고 있다.
2019~2020년 두 해 연속 8위에 그친 수원삼성블루윙즈는 시즌 초반이지만 5경기 무패(3승2무)를 이어가며 3위로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최근 17일 경기에서 순위경쟁상대인 포항스틸러스를 원정에서 3대 0으로 잡으며 상승세를 보였다.
이 부사장 역시 원 사장처럼 삼성전자 출신이다. 조선일보를 거쳐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지냈고 미래전략실이 해체하면서 사임했으나 축구단 대표로 복귀했다.
삼성라이온즈와 수원삼성블루윙즈는 삼성그룹에서 독립법인으로 존재하는 단 둘밖에 없는 스포츠단이다. 두 곳의 대표를 모두 삼성전자 출신 인사가 맡으면서 구단 운영에 힘이 실리고 성적도 반등할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2014년을 기점으로 스포츠단 운영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삼성전자 자회사였던 삼성라이온즈와 수원삼성블루윙즈가 제일기획 아래로 이동했고 다른 스포츠단도 모두 제일기획 산하에 편입됐다.
스포츠단 관련 투자는 크게 줄었다. 삼성라이온즈 선수단 운영비는 2015년 424억 원이었는데 2020년 237억 원으로 45%가량 감소했다.
삼성그룹 스포츠단은 무작정 많은 돈을 들여 우승을 노리기보다는 효율적 비용으로 성적을 내는 방향을 추구하게 됐다. 삼성그룹 경영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가 스포츠단 운영에도 적용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런 기조로 프로스포츠에서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 삼성라이온즈는 2015년을 준우승을 끝으로 5년째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고 수원삼성블루윙즈 역시 컵대회 우승은 있었으나 K리그1에서는 우승권과 멀어졌다. 프로배구단 삼성화재블루팡스는 2015년, 프로농구 서울삼성썬더스는 2017년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삼성그룹 스포츠단을 적극적으로 키워온 이건희 전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하면서 삼성 스포츠단 투자는 더 위축될 것이라는 시선도 나왔다. 얼마 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음성대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서 삼성 오너일가가 야구에 관심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다만 최근 여자농구단 삼성생명블루밍스가 제일기획 이관 이후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질 조짐도 나타난다.
원기찬 대표의 야구단과 이준 대표의 축구단이 낼 성적에 더욱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삼성생명블루밍스는 15일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에서 5할에 미치지 못하는 승률로 4위를 차지했으나 포스트시즌에서 상위팀을 차례로 꺾고 우승까지 이뤘다. 여자프로농구단 중 연봉총액이 가장 적고 스타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낸 귀한 성과다.
삼성그룹도 오랜만에 전해진 삼성생명블루밍스의 우승에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내부망인 녹스 포털 메인화면에는 3월 들어 삼성생명블루밍스 선수단 사진이 두 차례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