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저비용항공사 출범 뒤를 바라보는 포석으로 보인다. 보유 항공기가 늘어남에 따라 비용을 줄이면서 정비사업을 수주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진에어 항공기. <진에어>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에어는 항공 정비사업을 새롭게 정관에 넣기로 하고 3월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다루려고 하고 있다.
진에어는 항공 정비사업을 정관목적에 추가하는 이유를 두고 외국 항공사의 정비사업을 맡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예비적 차원의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는 국제선 운항이 순조롭지 못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외국항공사의 항공기가 국내로 들어오게 됨에 따라 정비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진에어가 정비사업을 크게 키우게 되면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정비수요를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을 비롯한 다른 저비용항공사들은 자체 정비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고도의 기술력과 시간이 걸리는 중정비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싱가포르나 중국의 외국정비회사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2019년 정비비용으로 2조7621억 원을 지출했는데 이 가운데 싱가포르, 중국 등 해외에 지출한 금액은 전체 비용의 46%에 이르는 1조2580억 원 규모로 파악된다.
국내에서 수리가 이뤄지면 상대적으로 운송비를 비롯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국내 저비용항공사 사이에 정비수요도 생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비시장은 제작사업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기 때문에 보잉과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사들도 제작사업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진에어도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정관에 정비사업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품는 통합 저비용항공사 출범에 대비해 보유 항공기 증가에 맞춰 정비인프라를 갖춰 비용을 절감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바라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3월 기준으로 진에어는 항공기 26대, 에어부산은 항공기 24대, 에어서울은 항공기 6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이 이뤄지면 56대의 항공기를 확보한 거대 저비용항공사가 탄생하므로 그에 맞춰 정비능력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진에어는 그동안 정비사업의 상당부분을 대한항공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정비부문 경영을 꾸려왔다.
자체 정비인력은 갖추고 있지만 정비시설과 설비는 대한항공의 인프라를 활용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에 매년 200억~300억 원 가량의 용역비(정비료 포함)를 지불하고 있는데 정비사업을 강화하게 되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진에어가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정비사업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산업이 이제 여객운송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진에어로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갈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정비사업은 마진이 높아 고부가가치를 일으킬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진에어가 앞으로 크게 키워 국내외 고객을 유치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