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 수소생태계 조성에 앞장서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고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만큼 장 사장은 수소사업 대규모 투자에 대비해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무겁게 짊어지게 됐다.
4일 SK에 따르면 올해 당장 착공에 들어가는 액화수소 생산기지 건설을 비롯한 수소사업 관련 계획과 자금조달을 모두 장 사장 직속의 SK 수소사업추진단에서 맡아 진행한다.
SK 관계자는 “SK의 목표가 수소에너지의 생산, 공급, 유통에 이르는 모든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액화수소와 블루수소공장 건설, 수소충전소와 이산화탄소 처리를 위한 친환경설비 구축, 연료전지발전소 건설까지 계획을 세워뒀다”며 “이를 위한 재원조달은 다각도로 여러 방안을 검토하며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앞서 2일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해 공장을 지을 부지를 공개하면서 공식화한 액화수소 생산기지 건설에는 5천억 원가량이 투입된다.
SK가 현시점에서 수소사업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만 18조5천억 원이다. 이밖에도 SK가 수소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기업과 파트너십 등을 밝힌 점을 고려하면 해외 수소관련 기술 기업에 투자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 사장이 SK그룹 수소사업 선봉에서 이런 계획들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우선 자금 마련이 필수적이다.
장 사장은 긴 호흡의 투자수익 외 당장 현금곳간을 채울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SK가 리츠사업으로 발을 뻗는 것도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한 행보로 읽힌다. SK는 이미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 영업 예비인가를 받고 본인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빠르면 이달 안에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SK가 리츠 자산관리회사의 상장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는 말도 투자업계에서 나온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에 투자해 수익을 배당하는 부동산투자사업이다. 묶여있는 부동산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어 기업들의 사업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개인투자자들도 리츠를 통한 부동산 간접투자에 관심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에 상장된 공모리츠시장도 커지고 있다.
SK는 SK서린빌딩 등 계열사 사옥자산뿐 아니라 최근 리츠시장에서 떠오르고 있는 통신탑,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주유소 등 우량자산들을 고루 보유하고 있다.
리츠는 SK가 재무여력을 더욱 탄탄히 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SK는 계열사로부터 배당금과 상표권 수익, 지주사업, IT서비스사업 등으로 이익 창출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을 중심으로 한 주력계열사 사업의 실적둔화, 적극적 투자기조 등으로 전반적으로 재무부담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SK는 단단한 잉여현금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업 프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지분투자, 주주친화정책 등으로 자금소요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2021년 이후 배당수익 감소,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진행 등으로 재차 재무부담 증가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서울상의 회장에 선출된 뒤 첫 행보로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여하며 SK그룹이 국내 수소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겠다며 수소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이 수소의 생산, 공급, 유통 등 모든 인프라를 주도적으로 조성해 한국 수소생태계 구축을 선도하고 글로벌시장에서도 수소분야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결의를 내비치고 있다.
SK는 그룹 지주회사로 최 회장의 바이오사업 등 신사업의 산실 역할을 해왔는데 수소사업에서도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
장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SK는 지주회사로 ‘딥체인지(근본적 혁신)’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해 SK그룹을 리드해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이를 위해 2021년 기존 에너지사업 역량을 활용해 수소에너지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SK는 앞서 최태원 회장이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뒤 한국 수소생태계 구축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 사업실행에 착수했다. 수소사업 인프라 투자, 글로벌기업과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