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사 전 반도그룹 회장이 한진칼 지분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방안을 찾을 수 있을까? 

권 전 회장은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끝나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반도그룹 한진칼에 묶인 돈 고민 깊다, 권홍사 다른 투자기회 놓치나

권홍사 반도그룹 전 회장.


하지만 보유한 지분규모가 크고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아 지분 처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시선이 늘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와 재계에서는 한진칼 경영권을 노렸던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그룹으로 이뤄진 3자연합이 조만간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자연합이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 올릴 주주제안을 한 건도 제출하지 않는 등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떼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3자연합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물러난다면 권 전 회장은 한진칼 지분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방안을 찾아야 필요성이 커진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반도그룹은 계열사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을 통해 한진칼 지분 19.2%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에 KDB산업은행이 참여한 한진칼 유상증자가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지분율은 17.2%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19일 종가 5만7400원 기준으로 6540억 원 규모다. 

권 전 회장으로서는 한진칼 경영권을 3자연합을 통해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자금을 빼내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것이 반도그룹 성장에 더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권 전 회장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그룹이 보유한 지분은 규모가 매우 커서 장내에서 소화되기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권 전 회장이 지분을 장내 매각할 움직임을 보인다면 시장이 이를 대량대기매물(오버행)로 보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17.2%는 대략 1125만 주 정도로 추정된다.    

한진칼 주식 하루 거래량은 경영권 분쟁이 수그러든 올해 2월 들어 평균적으로 10만 주를 오르내리고 있다.  

권 전 회장이 상당히 적은 규모로 조금씩 분산 매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릴 수 있다. 

권 전 회장은 매수자를 찾아 한진칼 지분을 장외에서 매각하는 것도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한진칼은 과반수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36.7%)과 KDB산업은행(10.6%) 주도로 운영된다. 

권 전 회장으로부터 매수자가 지분을 사들이더라도 한진칼 경영에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항공업 정상화까지는 2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주사인 한진칼 실적은 핵심 자회사인 대한항공 실적에 달려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지분 보유를 통해 배당수익 등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권 전 회장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그룹이 그 사이에 중요한 투자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신사업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 정부 주택공급대책으로 나올 공공택지 매입에서 한진칼에 묶인 자금이 아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2·4공급대책으로 내놓을 공공택지를 놓고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최고가입찰제로 나오는 주상복합용지도 상당 부분 있을 것으로 보여 건설사들이 자금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공공택지 매입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