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가 구 실손의료보험 보험료를 업계 최고수준인 19% 인상하는 것을 놓고 구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를 7월 출시하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는 시선이 나온다.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많은 보험금을 지급받는 가입자가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는 점에서 손해율 관리에 유리하지만 기존 상품 가입자가 의무적으로 갈아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이 좋은 보장조건의 기존 실손의료보험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한 상황에서 구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크게 올라간다면 새로 출시되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으로 갈아탈 유인이 높아진다.
구 실손의료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팔린 뒤 절판된 상품이다. 이후에는 표준화 실손의료보험과 신 실손의료보험보험(2017년 4월 이후)으로 이어졌다.
구 실손의료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없다. 반면 표준화 실손의료보험의 자기부담금은 10%, 신 실손의료보험은 20~30% 수준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개인 실손의료보험 보유계약은 약 3466만 건이다. 이 가운데 구 실손의료보험의 비중은 25.4%에 이른다.
다만 최영무 사장은 급격한 보험료 인상에 따른 고객이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손해보험사들이 구 실손의료보험 보험료를 15~17% 인상하는 상황에서 삼성화재만 20% 가깝게 올린다면 삼성화재의 구 실손의료보험 가입고객이 보험을 해지하고 다른 보험사의 신 실손의료보험이나 4세대 실손의료보험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을 지급받는 인원이 소수라는 점에서 구 실손의료보험 가입고객을 경쟁사에 내주는 것보다는 계속 고객으로 묶어두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손해보험사 가운데 13곳이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입원환자 가운데 실손의료보험 전체 가입자의 95%가 무청구자·소액 청구자고 연간 100만 원 이상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람은 전체 가입자의 2~3% 수준이다. 외래는 전체 가입자의 80% 이상이 무청구자 또는 연간 10만 원 미만의 소액 청구자로 나타났다.
최 사장이 고객이탈 가능성에도 보험료 인상을 결단한 것은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관리할 필요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 운행이 줄어들면서 손해율 감소로 이어져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2019년보다 25.9% 증가했다. 지난해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6%로 집계됐다. 2019년보다 5.8% 낮아졌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감소가 순이익 증가로 이어진 만큼 높은 수준을 보이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을 낮출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보험사의 구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42.9%로 표준화실손의료보험(132.2%)이나 신 실손의료보험(105.2%)보다 높다.
구 실손의료보험 보험료를 인상해 손해율을 낮추고 더불어 구 실손의료보험 가입 고객들이 신 실손의료보험이나 4세대 실손의료보험으로 갈아타게 만들 수 있다면 손해율 관리에 부담을 덜 수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이번에 구 실손의료보험 보험료를 19% 올린 것은 업계 최고수준이지만 지난해 다른 보험사들보다 보험료 인상폭이 낮았고 2019년에는 보험료를 인하하기도 했다”며 “손해율 정상화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보험료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2019년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상위 4개 손해보험사의 구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평균 인상률이 9%일 때 2%를 인하했다. 지난해에는 다른 손해보험사보다 인상률이 2∼3%포인트 낮았다.
삼성화재는 4월 구 실손의료보험 보험료를 19% 올린다고 이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