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지난해 저금리대출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금융지원을 적극적으로 확대했지만 이자이익을 방어하는 데 성공하고 비은행계열사 육성에도 좋은 성과를 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금융지원을 통해 대거 확보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신규고객을 기반으로 삼아 성장을 추진할 기회를 잡기 유리해졌다.
10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기업은행이 올해도 안정적 이익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하락과 저금리 금융지원 대출비중 확대로 줄어든 이자이익을 신규대출 증가와 IBK투자증권 등 비은행계열사 성장으로 만회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견조한 대출 증가로 순이자마진 하락을 방어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며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기업은행의 2020년 지배주주 순이익은 1조5357억 원으로 2019년보다 4.4%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도 이자이익 감소율이 연간 2.4%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우수한 성과로 평가된다.
지난해 기업은행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상 저금리대출 공급을 크게 늘리면서 이자이익이 줄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금융지원을 통해 예상보다 많은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자이익 감소를 선방할 수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시장 점유율은 23.1%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상승했고 중소기업 고객 수는 같은 기간 19.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윤 행장은 지난해 영업점 현장에 본부 직원 파견을 늘리고 영업점 직원 성과 평가기준도 낮춰 금융지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으로 금융지원 업무 활성화에 힘썼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여러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자금 유동성 확보를 돕고 중소기업 본연의 역할도 더욱 강화하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자금지원에 집중해 한국경제 성장에 기여하도록 하는 국책은행 본연의 역할을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충실하게 수행해 낸 셈이다.
금융지원을 통해 새로 유입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고객은 기업은행의 중장기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런 고객이 금융지원을 통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한 뒤 경영난을 해소하면 기업은행의 다른 금융상품도 이용할 수 있는 잠재 고객으로 자리잡게 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영역을 금융상품뿐 아니라 경영 컨설팅과 데이터 기반 분석서비스 등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금융권에서 공통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비은행계열사 육성을 통한 수익 다각화를 순조롭게 이뤄내고 있다는 점도 미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저금리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기업은행은 당분간 이자이익보다 비은행자회사 성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IBK투자증권은 증시 호조에 힘입어 2020년 순이익을 2019년보다 30.5% 늘렸다. 같은 기간 IBK캐피탈 순이익은 23.8%, IBK연금보험 군이익은 7.2%, IBK자산운용 등 기타 비은행계열사 순이익은 20.9% 증가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업은행의 저금리 대출 공급이 올해도 계속 확대되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는 기업은행에서 대출부실이 발생할 리스크를 키운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이다.
결국 윤 행장은 금융지원을 통해 대거 확보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고객을 기반으로 지속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해 실적에 타격 가능성을 막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물경기 위축과 대출 만기연장 등으로 기업은행 실적에 부담이 큰 상황이다"며 "새로 확보한 고객의 수익화를 이끄는 일이 앞으로 실적 회복에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