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S씽큐(왼쪽)'와 삼성전자 무선청소기 '삼성 제트' 2021년형 제품. <삼성전자, LG전자> |
디지털 확산, 1인가구 확대,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삶의 형태가 급변하면서 소비자의 취향과 욕구를 파악하는 일이 가전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비자가 어떤 가전을 원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서로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1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제품 전략을 비슷하게 들고가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2일까지 열리는 미국 주방·욕실전시회 KBIS2021에서 프리미엄 설치형(빌트인)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통해 ‘와인 디스펜서(와인셀러)’를 새롭게 선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2003년 와인셀러사업에 뛰어들었지만 2009년 이후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LG전자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스위트’가 와인셀러 등을 앞세워 실적을 키우고 있어 와인셀러시장 재진입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지난해 시그니처 키친스위트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2011년 먼저 선보였던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와 비슷한 제품 에어드레서를 2018년 개발해 내놓기도 했다.
반대로 LG전자 제품에서도 삼성전자를 벤치마킹한 사례도 발견된다.
LG전자는 1월 무선청소기 신제품 ‘코드제로 A9S씽큐’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청소기 거치대인 ‘올인원타워’를 갖췄다. 올인원타워는 청소기를 거치하면 자동으로 먼지통을 비워준다.
이는 삼성전자가 2020년 3월 무선청소기 ‘삼성 제트’에 적용한 먼지배출시스템 ‘청정스테이션’과 유사한 방식이다. 사용자가 청소기에서 먼지통을 분리해 청정스테이션에 꽂으면 내부 먼지가 배출된다. 올해 초에는 청정스테이션과 거치대가 일체화한 제품이 공개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청정스테이션을 출시한 뒤 12월까지 삼성 제트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LG전자의 코드제로 A9S씽큐 역시 올인원타워의 편리함을 기반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개별 제품뿐 아니라 디자인 전략과 관련해서도 최근 비슷한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LG전자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새 가전 브랜드 오브제컬렉션은 소비자가 집안 인테리어에 맞춰 제품 재질과 색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오브제컬렉션은 삼성전자가 2019년 6월 출범한 비스포크 브랜드를 연상케 한다. 비스포크는 오브제컬렉션과 같이 소비자 취향을 가전에 반영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앞으로도 벤치마킹을 통해 각자의 단점을 최소화하며 가전사업을 추진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두 가전기업의 미래 구상에는 이미 공통점이 존재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전시회를 통해 나란히 식물재배기를 선보였다. 식물재배기는 내부에 식물 씨앗 및 비료가 담긴 패키지를 넣으면 나머지는 기계가 알아서 키워주는 가전제품이다.
서비스로봇 또한 삼성과 LG의 미래 가전으로 꼽힌다. LG전자는 이미 ‘클로이’ 브랜드를 앞세워 서빙로봇, 소독로봇과 같은 서비스로봇들을 상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보행보조로봇, 고객 응대로봇 등 다양한 서비스로봇을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어 이른 시일 안에 사업화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