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8일 “신한금융지주는 비이자부문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그룹 이익체력을 강화해 지난해 좋은 실적을 봤다”며 “올해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한금융지주 2020년 지배주주 순이익은 3조4146억 원으로 2019년과 비교해 0.3%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해 충당금을 2019년보다 4398억 원 더 적립했고 라임펀드 등 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해 반영한 비용도 수천억 원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비은행계열사 중심의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가능성장 기반 확보에 힘쓴 결과”라며 “올해는 더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가 3년 만에 KB금융지주에 리딩뱅크 1위 자리를 내준 점은 조 회장에게 아쉬운 대목일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지배주주 순이익 3조4552억 원으로 신한금융지주를 제쳤다.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을,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및 캄보디아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 투자로 외형 성장을 지속한 반면 신한금융은 라임펀드 손실사태 등 영향으로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최근 수년 동안 크고 작은 인수합병 여러 건을 주도했고 지난해까지도 손해보험사와 자산운용사 등의 인수를 검토한 만큼 올해 리딩뱅크 탈환을 목표로 다시 인수합병에 뛰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이 대형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대신 지난해와 같이 그동안 인수했던 자회사들의 안정화와 주요 계열사들의 사업 효율화 등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업 효율화작업을 실시했던 주요 비은행계열사에서 모두 좋은 실적을 내면서 그룹 전체 실적 증가에 기여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조 회장은 지난해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신한자산운용과 신한대체투자운용 등 계열사를 대상으로 조직 효율화방안을 논의하고 실행했다.
신한카드 2020년 순이익은 2019년과 비교해 약 19% 늘었고 신한캐피탈은 27%, 신한생명은 44%, 오렌지라이프는 3%, 신한자산운용은 16%, 신한대체투자운용은 60% 각각 증가했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조 회장은 올해도 비은행계열사 사업라인을 정비하고 효율화하는 작업을 지속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에서 당분간 인수합병을 추진할 마땅한 매물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이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보고 있어 인수할 매력이 크지 않다”며 “해외시장에서도 인수할 만한 매물이 없고 인수 경쟁도 과열되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비은행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체질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내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며 KB금융지주에 빼앗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 실적에 반영된 대규모 충당금과 라임펀드 관련된 손실 등 일회성비용이 올해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분히 승산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글로벌과 디지털 부문에서 꾸준한 실적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신한금융에 긍정적이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글로벌 투자금융(GIB)부문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강조하고 있는데 지난해 순이익 증가율이 33%에 이를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 계열사가 해외지점 및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 비중도 전체 순이익의 10% 안팎을 유지하며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딛고 안정적 사업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 성과로 지난해 모바일앱 등 계열사 디지털채널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약 38% 늘어난 1조2240억 원에 이른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디지털채널 활용은 판관비 등 비용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비용구조가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한금융지주에 올해도 라임펀드 등 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한 실적 리스크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KB금융지주에 맞서 리딩뱅크 탈환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KB금융지주가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가로 실시해 외형 성장을 이어간다면 신한금융지주가 실적을 따라잡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김지영 연구원은 “KB금융지주는 그동안 인수합병 등 수익 다변화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다"며 "올해도 이런 전략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