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의 조건부허가를 받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은 국내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의 임상2상을 진행했다.
▲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
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2상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파악된다.
종근당은 애초 1월 안에 조건부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워뒀으나 임상2상 자료의 국내 도착이 늦어지면서 조건부허가 신청시점도 뒤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은 러시아에서 진행한 임상2상 결과를 바탕으로 나파벨탄의 조건부 허가를 자신하고 있지만 이 자료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예비심사부터 자문위원회 검토단계까지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하기 힘들다.
그동안 러시아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의약품 허가를 받은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일반적으로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때 미국과 유럽 등에서 진행한다. 미국과 유럽은 선진적 의약품 평가기준을 갖추고 있어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 때문에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자료를 기준으로 의약품 허가를 내주기도 한다.
종근당이 러시아에서 임상2상을 진행한 코로나19 치료제의 조건부허가가 선례로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로서는 심사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치료제만 놓고 보면 현재 일양약품과 이뮨메드가 러시아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이 공개한 러시아 임상2상 자료만으로 당장 약물의 효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이들은 우선 임상 환자 수가 적다는 점을 한 가지 이유로 꼽는다.
종근당은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 100여 명을 모집하고 나파벨탄 투여군과 위약(가짜약) 투여군으로 나눈 뒤 28일 동안 경과를 살핀 결과 증상개선율에서 차이를 확인했다고 1월14일 발표했는데 이런 치료효과가 환자 개개인의 차이를 뛰어넘을 만큼 확실하다고 말하기에는 표본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나파벨탄이 식약처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을 받으려면 식약처의 예비심사와 실태조사를 거친 뒤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검증 자문단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최종점검위원회 등 3차례의 자문단계를 거쳐야 한다.
나파벨탄은 혈액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로 종근당은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나파벨탄의 주성분인 나파모스타트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는 렘데시비르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억제효능이 탁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여러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 가운데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종근당에 따르면 러시아 임상2상에서 나파벨탄 투여군의 증상개선율은 94.4%, 위약 투여군의 증상개선율은 61.1%로 각각 나타났다. 고위험 환자군에서는 나파벨탄 투여군이 61.1%, 위약 투여군이 11.1%의 증상개선율을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