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체제에 반기를 들었을까?
애초 금호석유화학은 박 상무와 박 회장의 공동경영체제를 전제로 분리됐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이 그의 자녀를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태도를 보이자 박철완 상무가 경영권 다툼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28일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박철완 상무는 전날 주주제안서를 통해 새 이사진의 선임과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이를 놓고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박철완 상무가 갑작스럽게 현재 경영진의 변경과 과도한 배당을 요구했다”며 “사전협의조차 없었던 비상식적 제안이다”고 말했다.
이 주주제안서는 박철완 상무가 27일 공시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의 공동경영관계가 해소됐음을 밝힌 뒤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호석유화학에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한 셈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과 넷째 아들인
박찬구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져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분리 전까지는 박인천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
박삼구 전 회장,
박찬구 회장 일가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동등하게 보유한다는 집안 내 원칙이 세워져 있었다.
박정구 전 회장이 2002년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지분을 아들인 박철완 상무가 상속했으며 동일지분 보유의 원칙은 세 일가가 지분 10%씩을 보유한다는 것으로 이어졌다.
박철완 상무는 이 원칙대로 금호석유화학 지분율 10%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박찬구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14.68%까지 늘었다.
금호석유화학은 채권단 협약을 거쳐 박철완 상무와
박찬구 회장의 공동경영체제를 전제로 분리됐다.
박철완 상무의 처지에서 보면 공동경영의 약속을 깼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철완 상무가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독자적 경영권 행사 시도에 나섰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박찬구 회장의 아들 박준경 전무와 박철완 상무는 1978년 태어난 동갑내기로 금호석유화학에서 비슷한 승진가도를 걸었다. 그런데 2020년 4월 진행된 임원인사에서 박철완 상무는 자리를 지킨 반면 박준경 전무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박 전무의 여동생 박주형 상무도 지분율이 낮기는 하지만 8년 동안 꾸준히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였다.
박찬구 회장은 1948년 태어나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철완 상무가 임원인사에서 배제된 데 위기의식을 느끼고 경영권 확보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10%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박찬구 회장은 지분 6.69%를 보유한 4대주주다. 박준경 전무와 박주형 상무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각각 7.17%, 0.98%씩 보유하고 있다.
박찬구 회장 일가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과 박철완 상무의 보유지분율 격차는 단 4.84%에 그친다.
올해 3월 열릴 금호석유화학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펼쳐진다면 이 격차는 뒤집기 어려운 수준까지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철완 상무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만큼 이미 우호지분을 상당수 포섭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권민석 아이에스동서 대표이사 등 박철완 상무의 우호지분으로 추정되는 세력도 있다. 권 대표는 최근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권 대표가 사들인 지분은 수십억 원 수준에 불과해 지분율이 미미한 수준이다”며 “경영권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박철완 상무가 이미 확보한 우호지분에 안주하지 않고 제3세력을 포섭하는데 공을 들일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금호석유화학 지분 8.1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2019년
박찬구 회장의 배임 혐의에 따른 오너 리스크를 들어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소액주주 지분율도 50.48%에 이른다.
이런 정황들을 고려하면 박철완 상무는 배당 확대를 내걸고 제3세력을 우호지분으로 포섭한 뒤 주주총회를 통해 측근을 사외이사로 올려
박찬구 회장 경영체제에 제동을 건다는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박철완 상무가 삼촌
박찬구 회장을 향해 반기를 든 것은 일시적 행위라기보다는 심사숙고를 거친 뒤의 결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박철완 상무와
박찬구 회장의 관계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도 있다.
박철완 상무의 아버지 박정구 전 회장이 일찍 세상을 떠난 뒤 평소 둘째형을 존경하던
박찬구 회장이 조카인 박철완 상무를 금호석유화학에서 품어줬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 내부에 동일지분 보유의 원칙이 있었더라도 경영의 주도권은
박찬구 회장이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스스로의 몫을 확보하려는 박철완 상무의 움직임이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박찬구 회장으로서는 믿었던 조카가 등 뒤에서 자신을 공격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