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양천구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
정세균 국무총리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놓고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강도 높은 방역조치가 이어지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와 불만은 임계치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방역조치의 강도를 낮추기도 어렵다.
정 총리는 28일 서울 양천구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코로나19 감염이 지속해서 안정세로 가다가 다시 상황이 불확실해졌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향 조정하는 논의가 있었지만 최근 집단감염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발언대로 정부는 애초 29일 다음주부터 적용될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및 방역기준 조정내용을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최근 IM선교회 시설에서 하루 100명 이상씩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발표시점을 늦추기로 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8일 언론 브리핑에서 거리두기 단계 조정 발표시점을 놓고 “IM선교회 집단감염에 따른 일시적 환자 증가인지 아닌지 판단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29일 발표는 조금 어려워질 것 같고 30일까지 확진자 추이를 보면서 주말에 거리두기체계를 조정할 것인지 말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로서는 방역조치의 강도를 현재 수준으로 이어가는 일도 부담스럽다.
코로나19 감염확산이 1년 넘게 이어져 많은 국민이 지쳐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가 한계상황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온다.
여권의 주요 대선주자들이 소상공인 피해구제를 놓고 앞다퉈 여러 방안을 내놓는 것도 서민들의 불만이 임계치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은 손실보상제, 이낙연 민주당 대표은 이익공유제, 이재명 경기지사은 보편적 재난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정 총리는 총리에 올라 코로나19와 싸워왔다.
지난해 1월 정 총리 취임 직후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왔다. 1년 넘게 총리를 수행하면서 꼬박 코로나19 방역에만 매달려야 했다. 의도치 않게 ‘코로나19 총리’가 된 셈이다.
정 총리는 지난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가 마치 저를 기다렸다는 듯 취임하자마자 확진자가 생겼다”며 “원래 경제총리, 통합총리가 되려 했는데 코로나19 총리가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현재 시점에서 방역의 고삐를 늦추기도 어렵다.
국내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해 12월 1천 명을 웃돌다가 올해 1월 말 들어 300명 대로 줄면서 고비를 넘긴 듯했다.
하지만 이번주 들어 대전, 광주 등 지역에서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하루 확진자 수가 다시 500명 대로 늘었다.
방심했다가는 언제든 다시 확진자 수가 급등할 수 있음을 실제 숫자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방역에 구멍이 뚫린다면 정 총리가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게 된다.
반면 계속 방역에 집중한다면 소송공인들이 거리로 쏟어져 나올 태세를 보이고 있다. 여권 안에서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시작됐지만 '성남 민심'이 어디를 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방역과 민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정 총리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정치인
정세균'도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길이 열린다. 올해 상반기 총리에서 물러나고 내년 대선에 나서기 위해선 코로나19 총리로서 승리했다는 성과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 총리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정책토론회에서 대통령선거 출마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현재로서는 방역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생각을 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