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 결정권을 지닌 금융당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여당에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공매도 재개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내면서 사실상 재연장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에서 빌려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이를 싼 가격에 사서 갚는 투자방식을 뜻한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하자 2020년 3월부터 6개월간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고 6개월 연장을 결정한 바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재개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공매도 재개 여부가 증시 호황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공매도는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이 떨어져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에 유리한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증시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코스닥지수는 2000년 이후 약 20여년 만에 장중 1000선을 돌파했고 25일 코스피지수는 종가기준으로 사상 처음 3200선을 넘어섰다.
이는 개인투자자의 활발한 증시 참여에 힘입은 바가 크다. 개인투자자는 새해 들어 코스피시장에서만 15조 원 이상을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지지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2년 동안 가계소득 및 금융자산 규모 증가분을 고려할 때 당시와 같은 강도로 개인자금이 유입되면 2021년에는 157조~204조 원까지 개인 순매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시작된 2020년에 개인투자자가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63조 원 정도를 순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최대 3배가 넘는 자금이 증시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키움증권은 위탁매매시장의 최강자로 개인투자자 유입의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현 사장은 공매도 재개로 개인투자자의 유입이 줄어드는 일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이 2021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710억 원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대우가 2020년에 영업이익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 아직 공식적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선 증권사는 아직 없다.
구 연구원은 “지금은 증권업 전반이 호황으로 적어도 2021년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개인의 주식투자 열풍은 투자자산 로테이션의 일환이기 때문에 증시가 급락하지 않는 한 증권사 위탁수수료는 예전 수준으로 급감하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반면 거래대금 증가세가 점차 하락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1년 증권사 실적은 2020년과 비교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증시가 1분기를 고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증권사 이익도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정 연구원은 키움증권이 2021년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624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34.5% 줄어드는 수치다.
결국 증시 호황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키움증권 실적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만큼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가 키움증권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이현 사장은 키움증권 창립 당시 이사로 합류했다.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 투자자를 모으는 키움증권의 개념도 상당부분 이현 사장이 내놓은 것으로 전해지는 등 키움증권을 위탁매매 강자로 키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최근에는 자산관리(WM)서비스 강화, 해외주식 실시간조회 서비스 및 리서치자료 국문번역본 제공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차세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개발에 약 100억을 투자하면서 플랫폼 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개인투자자 급증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9121억 원, 순이익 6584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2019년보다 영업이익은 92.55%, 순이익은 81.5% 증가한 수치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